[취재일기]밝혀져야 할 '플루토늄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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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반도의 핵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새 정부가 햇볕정책과 금강산 유람선 등 남북 화해.교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북한의 핵개발은 그냥 대충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본지 11월 20일자 1면에 실린 '북한에 플루토늄 흔적 확인' 이라는 기사는 단순히 각종 설을 취합해 보도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북한 핵시설의 실체 규명에 커다란 공훈을 세운 정보공작팀 요원 3명에게 '전시 (戰時) 또는 준 (準) 전시의 유공자' 에게만 주는 훈장들을 수여한 사실이 있다.

또 관계자 증언을 통해 플루토늄의 존재를 한.미 양국 정부가 확인한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취재팀은 북한핵 보도와 관련해 몇 가지 고민을 했다.

취재를 통해 확인된 핵시설의 구체적 지명과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그대로 보도해야 하는가 하는 점 때문이다.

이 경우 우리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점도 고민했다.

이 때문에 플루토늄이 확인된 지역을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고 북한을 다녀온 카트먼 미 한반도평화회담특사가 언급한 '평북대관군금창리' 의 주변지역으로 표시했다.

플루토늄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회의를 했던 사실도 취재가 됐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 는 어중간한 수사 (修辭) 로 본지 취재팀이 확인한 공훈 관계자의 공적 사실을 포함한 여러가지 증거에 대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카트먼 특사도 19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 "북한 핵에 관한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 고 발언했다가 22일에는 본지 보도에 대해 "황당한 소문 (wild rumors)" 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한.미 양국의 이러한 태도가 여러 고려 때문인 것으로 이해는 하나 사실은 사실로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부는 최근 연변과학기술대학 김진경 (金鎭慶) 총장의 북한내 억류 사실과 관련해 "전혀 근거 없는 사실" 이라고 우겼다가 사실로 판명나는 바람에 체면을 구긴 일이 있다.

미국도 종래 북한 핵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다가 최근 들어 이를 무마하려는 듯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한.미 양국이 종종 보여줬던 태도들이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는 어디까지나 한반도 7천만 민족의 운명이 걸린 사안이다.

조금이라도 의혹이 있으면 반드시 규명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우리는 이 문제가 머잖아 진실로 확인될 것을 확신하며 우리의 이러한 취재가 북한 핵에 관한 한.미 양국의 현실적인 대응방안 마련에 일조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광종(기획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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