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클린턴 방한 후속대책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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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한 결과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북한 지하시설 의혹해소를 위한 한.미.일 3국공조 등 후속조치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한.미 양국간에 제기된 통상마찰 소지는 '안보문제' 와 별도로 철저한 시장경제논리에 따라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 3박4일이 남긴 것과 과제를 짚어본다.

[북핵대책]

한.미.일은 이달 말 개최될 미.북간의 지하시설 협상 직전에 3국 실무자 회의를 열어 대북 공조에 한 목소리를 낸다는 전략이다.

특히 일본을 실무회담에 참여시키기로 한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저지라는 전략목표가 일치하는데다 식량지원, 재일 조총련의 대북송금 중단조치 등 북한에 유효한 카드를 일본정부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 이번 3국 실무 협의에서는 북측이 '현장 접근' 대가로 요구하는 3억달러 보상에 '절대불가' 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식량.비료지원 등 다양한 유인책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의 한 당국자는 23일 "북한이 지하시설 접근을 허용할 경우 그간 우리 정부가 고려했다가 주춤했던 식량.비료지원에도 좋은 환경이 조성될 것" 이라고 밝혔다.

특히 우리측은 지난 4월 베이징 (北京)에서 가진 북한과의 비료제공 협상에서 '이산가족 면회소설치' 와 비료지원을 연계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조정할지 주목된다.

식량지원의 경우 세계식량계획 (WFP) 이 99년 5차 대북 지원분 모금을 앞두고 있는 상황. 지난해 WFP는 8천2백45만달러 규모의 대북식량지원을 했으나 북한의 잇따른 도발적 행태로 국제사회의 참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지하시설 접근에 협조할 경우 한.미.일 3국의 적극지원 의사를 표명하는 방안도 이번 협의에서 도출될 전망이다.

더욱이 클린턴 대통령이 이번 방한에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뿐" 이라고 주도권을 인정함에 따라 3국간 협의에서는 우리측의 '신중한 입장' 이 적잖이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상대책]

클린턴 대통령이 이번 방한에서 철강.쇠고기.의약품교역의 불균형을 지적한 데 대해 우리 정부는 '안보는 안보, 통상은 통상' 이라는 원칙아래 미국의 오해를 해소시키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우리의 대미 철강제품 수출액이 8억1천만달러임에 비해 올 9월까지의 철강수출이 벌써 11억6천만달러 (전년동기 2배)에 이른 데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지 못할 경우 자칫 다른 분야에서의 보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다음달초 서울에서 한.미철강협의회를 개최, 외교통상부.산업자원부 관계자와 포철 등 우리측 대표가 미 상무부.무역대표부 (USTR).업계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 또 금명간 우리측 민관합동사절단을 미국에 보낼 계획이다.

일련의 만남에서 우리측은 철강수출의 증가가 우리 정부의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 환율하락에 따른 경쟁력 제고 덕임을 충분히 설명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22일 공정위가 철강업계의 부당내부거래를 중지토록 한 개혁조치도 미측에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우리측은 또 의약품 문제에 대해서는 내년 7월부터 수입의약품에 대해서도 국산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의료보험 약가 상환' 혜택을 주는 한편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도 국내수요 감소 때문임을 지적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미국측의 과도한 반덤핑조치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다.

한편 실무책임자인 윌리엄 데일리 상무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우리측의 어려운 입장에 상당한 이해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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