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정상의 북핵공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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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6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첫번째 정상회담은 한국의 경제위기 타개에 거의 모든 초점이 맞춰졌었다.

북한문제는 '金대통령의 대북 (對北) 포용정책에 대한 지지' 정도로 끝부분에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5개월여 만에 열린 2차회담의 첫번째 의제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바뀌었다.

한국이 초기단계의 숨넘어가는 환란 (換亂) 위기를 벗어난 점도 있지만 그만큼 핵.미사일 문제가 한.미 현안의 전면에 등장할 정도로 폭발성이 커진 것이다.

핵의혹이 해소되거나 북한이 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때까지 이 문제는 한.미.일 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의 주요 숙제로 대두될 것이다.

벌써부터 미국에서는 "미.북한관계 중대 기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같은 경보 (警報) 성 발언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지도자들과 국민은 핵.미사일 문제의 중요성과 국제정세의 유동성에 긴장감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

양국 정상이 대북 포용정책의 시대적 불가피성과 금강산 관광 등 남북교류의 재개를 평가.지지한 것은 북핵의혹이나 잇따른 북한 간첩선 침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문을 두드려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심각한 상황변화가 없는 한 이는 흔들리지 않는 기조가 될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대북 정책기조가 보호될 수 있도록 핵.미사일 문제가 적절히 해결돼야 하며 이를 두 나라가 어떻게 보장하느냐는 것이다.

두 정상이 금창리 의혹시설에 대한 현장접근 (site visit) 을 촉구했지만 북한은 이미 이를 거절한 상태다.

제네바합의로만 보면 북한이 "의혹이 없다" 고 주장하는 한 의혹시설에 대한 현장조사를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94년에 이뤄진 제네바합의는 이처럼 여러 취약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또 한.미 정상은 "미사일 개발을 용납할 수 없다" 고 했지만 북한이 지난번에 인공위성 또는 탄두의 장거리 운반체를 발사했을 때 두 정상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북한은 현재 미사일을 개발하지 말아야 할 규제적.법률적 의무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과 미국.일본은 북한이 국제법적 차원을 떠나 의혹시설을 공개하고 미사일 개발을 중지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도록 정치.외교적 압박을 노련하게 가해야 한다.

이는 긴밀한 3국 공조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3국 공조 말고도 한국은 독자적으로 북한에 이를 요구하고 설득해야 한다.

클린턴 대통령도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이 핵 도박에서 손을 떼고 제네바 핵동결 합의의 정신을 이행할 것을 설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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