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내달5일 총선 앞두고 혼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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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만이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입법의원 (국회의원에 해당.임기 3년) 선거와 타이베이 (臺北).가오슝 (高雄) 양대도시 시장선거로 뜨겁게 달아 올라 있다.

이번 선거는 21세기 대만의 진로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고질적인 '폭력선거' 양상이 이번에도 재현되고 있다.

범죄조직들이 특정후보와 결탁하는 것은 물론 직접 조직원을 후보로 내세워 상대후보에 대한 테러와 협박까지 일삼는다.

◇ 폭력난무 = 지난달말 청중모 (城仲模) 대만 법무부장 (장관) 집에 '천하형제' 라는 명의로 편지 한통이 배달됐다.

" '사오헤이' (掃黑.범죄소탕)에 너무 힘을 쏟지마라. 어기면 생명을 보장못한다 (不要太過落力掃黑, 否則性命難保) ." 대만의 한 '흑사회' (黑社會.폭력조직)가 일국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법무장관에게 협박장을 띄운 것이다.

타이베이 (臺北) 시 중국문화대의 랴오정하오 (廖正豪) 교수는 지난 7월 법무부장직을 사임할 때까지 '현대판 포청천' 으로 불렸던 깐깐한 인물. 廖교수에게도 익명의 편지 한장이 날아들었다.

내용은 딱 2자였다.

'보복' 廖교수는 할수없이 경호원을 고용했다.

다이위안 (大元) 증권 황나이쉬안 (黃乃宣) 부사장은 지난 9월 1억 신대폐 (약 42억원) 의 '떡값' 을 달라는 폭력조직의 요구를 거절했다가 출근길에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폭력조직은 조직원이나 조직에 우호적인 인물을 의회에 진출시키기 위해 선거에 뛰어든다.

입후보자에 대한 테러는 경쟁후보를 사퇴시키기 위한 전술이다.

대만 자립만보 (自立晩報)에 따르면 전국 후보자 3백8명 가운데 63명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고 21명은 뚜렷한 이유 없이 후보를 사퇴했다.

이 신문은 지하세계와 끈을 대고 있는 후보 가운데 최소한 15~20명 정도가 당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 선거쟁점 = 국민당이 과반수 (1백13석) 를 확보할 수 있는가와 민진당 전수이볜 (陣水扁) 현 타이베이 시장의 재선 여부가 초점이다.

입법의원 정원은 2백25명 (직선 1백76명.비례대표 41명.화교대표 8명) . 최근 10년간 득표율이 하락세인 국민당은 과반수 확보를 지상명제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고 민진당은 80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의석수는 국민당이 80석, 민진당이 45석. 타이베이 시장선거에서는 陣 현 시장에게 국민당의 마잉주 (馬英九) 후보 등이 도전했다.

陣시장은 민진당의 차기 총통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당락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대 (對) 중국 관계에 대해 국민당은 '점진적인 관계개선' 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고 민진당도 '대만독립' 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으면서 '대만의 장래는 대만 주민의 의사로 결정한다' 는 입장이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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