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회사 '초전육모' 오윤임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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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모종회사 '초전육묘' (경남진주시초전동) 의 오윤임 (吳允任.49.여) 사장은 지금도 10년 전을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비닐하우스 보온덮개 공장을 운영하던 남편이 88년 마흔이 채 안된 吳씨와 1남2녀를 남기고 저 세상으로 떠났을 때의 충격이 되살아 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먹고사나. 생계가 막막했다.

초등교졸 학력이 전부인 그녀로서는 직장마련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하던 일에서 돈을 벌자. " 모질게 다져먹고 나선 것이 모종 생산이었다.

그녀는 그 전까지 틈틈이 농가를 돌며 수박.오이 등 모종의 접을 붙여주는 일을 하며 가계를 꾸려왔다.

"부족한 모종을 사려고 이웃 농가들을 찾아 다니는 농민들을 많이 보게 되었고 그래서 모종을 상품화하기로 했죠. " 吳씨는 그해 11월 진주시초전동 남의 논 5백여평을 빌렸다.

여기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수박모종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모종은 대부분 농가에서 자가생산하던 때였다.

제대로 팔릴까 걱정도 컸지만 밀어붙이기로 했다.

하늘이 도와서일까. 대성공이었다.

생산 첫해 수박 모종 5만여 본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2천여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해 여름 수박가격이 좋아 농민들이 너도나도 수박재배 면적을 늘리고 나선 덕분이었다.

그녀가 생산한 모종은 병충해가 적고 튼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마다 주문이 늘어났다.

그러나 경험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애써 접을 붙여놓아도 시들기 일쑤였고 뿌리가 내리지 않는 것도 많았다.

吳씨는 이때마다 경상대 원예학과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배운 것도 없는 제가 찾아갈 때마다 귀찮아 하지 않고 친절히 가르쳐 준 교수님들이 고마울 뿐입니다. "

吳씨는 90년 꼭꼭 모아둔 1억원을 자본금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어엿한 사장이 됐다.

이 회사의 농장규모는 4천1백여평. 직원들도 30여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억 매출이 무난하다.

생산하는 모종도 수박.참외.오이.고추.배추.토마토 등 10여종으로 늘어났다.

예전에는 대학으로 기술을 배우러 다녔으나 요즘은 농대생.원예연구소 연구원 등이 회사 농장으로 와 모종 생산기술을 배운다.

생산된 각종 모종들은 주로 수출용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공급될 정도로 명성을 얻고 있다.

吳사장은 모종사업을 막내아들 (河鉉泰.23.경상대 원예학과 2년)에 물려주기로 했다.

"아들과 함께 완전 자동화된 육묘온실을 개발, 국내 최대의 모종회사로 키우고 싶습니다. "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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