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은' 제주도…25일동안 열대야 17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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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영(이렇게) 더울 수 이시쿠과(있나요)?"

제주도민들이 10년 만에 찾아온 불볕더위와 열대야로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일부는 아예 해안 방파제 등을 찾아 밤을 새우는가 하면 관광업계는 행여 제주도가 덥다는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이 줄까 전전긍긍이다.

5일 오후 11시쯤 제주시 탑동 해안 방파제. 2㎞ 길이의 이 방파제에 300여명의 시민이 가족단위로 돗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앉아 있다. 일부 시민은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판을 벌이기도 한다. 오모(38.제주시 연동)씨는 "더위 때문에 집에 있기 힘들어 가족들과 함께 매일 밤 이곳에 나온다"며 "아이들과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다 오전 3~4시에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지하수가 분출해 만들어진 용천수 지대 간이노천탕엔 늦은 밤까지 멱을 감는 시민들로 북새통이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엔 서귀포가 낮 최고기온 35도를 기록, 1994년의 35.5도에 이어 10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보였다.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 현상도 10년 만에 최고치다. 장마가 끝난 지난달 11일부터 5일까지 25일 사이 열대야 현상은 제주가 15일, 서귀포가 17일간 나타났다. 이는 94년의 같은 기간 제주.서귀포 각각 24일간에 이어 가장 많은 수치다.

이렇게 무더위가 계속되자 관광업계도 얼음물 등을 무료로 나눠주는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D렌터카는 고객들에게 꽁꽁 얼린 제주산 생수를 나눠주고 있다. 또 일부 전세버스 업체도 냉동실에서 얼린 물수건을 관광객들에게 나눠주며 더위를 식히게 하고 있다.

더위 탓에 물 사용량도 급증했다. 지난 3일 하루 동안 15만8380t을 기록해 상수도 공급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도내 순간 최대 전력수요량도 올 들어 여섯차례의 기록을 경신하다 지난 2일 밤 사상 최고치인 46만2700㎾를 보였다. 이와 함께 제주도 주변 해역의 수온도 올라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2일 제주도 주변해역의 수온이 29.4도까지 치솟았다. 과학원 관계자는 "수온이 계속 올라갈 경우 소라.전복이 집단 폐사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기상청 관계자는 "예년과 달리 장마기간이 20일가량 줄어든 데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 한가운데 놓여있어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10여일간 더위가 계속되겠다"고 전망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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