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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구조조정 해법 '산넘머 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구조조정을 놓고 정부와 5대 그룹이 그동안 다섯차례 모임을 가졌으나 '각론' 으로 들어갈수록 입장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주 정부는 5대 그룹과 채권단이 협의해 그룹별로 주력기업을 1~2개씩 선정하라고 요구했지만 5대 그룹과 채권단은 어떤 기업을 선정할까 정부 눈치만 살피고 있다.

다른 업종간 상호지급보증의 연내 해소 문제와 관련해서는 업종을 어떻게 나눠 얼마나 해야 할지 정확지 않은 실정이다.

한 은행 임원은 "7개 업종 빅딜과 워크아웃, 다른 업종 상호지급보증 해소 등을 연내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무리" 라고 밝혔다.

◇ 7개 업종 빅딜 =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아직 경영주체를 정하지 못했으며, 선박용 엔진과 발전설비는 세부 사업구조조정 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채권단을 통해 여신중단 등 제재를 가하겠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5대 그룹은 자신들의 구조조정 노력을 정부가 너무 낮게 평가한다는 반응이다.

호황인 반도체에 대해 반드시 빅딜을 해야 하느냐는 '빅딜 무용론' 도 흘러나온다.

채권단은 5대 그룹이 자율적으로 합의하지 못하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워낙 완강해 '제 목소리' 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다.

5대 그룹 구조조정안을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 대출금 출자전환 = 우선 대상이 될 주력기업을 그룹별로 1~2개씩 선정해야 한다.

정부는 사업성은 충분하나 부채가 많은 기업중에서 선정해 재무구조를 확 뜯어고치겠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5대 그룹과 채권단이 알아서 주력기업을 정하라는 입장이지만 내심 큰 계열사를 선정해 재무구조도 개선하고, 외자유치에도 앞장서기를 바라고 있다.

5대 그룹은 재무구조를 개선해준다는 데 일단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업을 주력기업으로 내세울지 고민이 많다.

대출금 출자전환을 통한 워크아웃이 기업을 죽이는 것인지, 살리는 것인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워크아웃이란 경쟁력이 없는 부문은 부실확산을 막기 위해 정리하고, 경쟁력이 있는 부문은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련의 과정" 이라고 밝혔다.

죽이는 것과 살리는 것이 모두 해당한다는 얘기다.출자전환 주식에 대한 경영권 행사 여부도 논란이다.

정부는 기업이 잘하면 은행이 경영권을 행사할 이유가 없다며, 5대 그룹과 채권단이 약정을 통해 경영권 문제를 명확히 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5대 그룹은 처음부터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로 전환해야 안심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채권단은 출자금을 날릴 상황이 되면 당연히 경영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로 전환했다 배당을 하지 못할 정도로 기업이 나빠지면 의결권이 다시 생기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고 말했다.

이런 정황 때문에 전경련 관계자는 "5대 그룹이 진짜 주력기업부터 수술대에 올리는 것을 위험스럽게 여기고 있다" 며 "우선 작은 기업중에서 선정할 것 같다" 고 전망했다.

큰 계열사를 염두에 두는 정부와 입장이 다른 것이다.

◇ 다른 업종 상호지급보증 = 정부는 업종간 맞교환으로 연내에 해소하고, 그래도 남는 부분은 추가 담보제공 등 다른 방법으로 함께 해소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5대 그룹은 남는 부분은 2000년 3월까지 연장하든지, 회사채 상호지급보증만이라도 해소시한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내년까지 부채비율을 2백%로 낮추는 문제에 대해 5대 그룹은 건설.종합상사는 그룹평균으로 계산할 때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예외 인정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고현곤.이재훈.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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