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관련단체 북한진출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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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현대그룹 정주영 (鄭周永) 명예회장의 북한 김정일 총비서 면담을 계기로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중소기업들도 북한진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전자부품 메이커인 제일물산 (대표 정인화) 은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민경협) 와 최근 계약을 맺고 이달부터 스위치 등 부품 30여만개 (약 1억원 규모) 를 북한에서 임가공 방식으로 생산할 것을 합의했다.

또 모형 기차로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삼홍사 (대표 이세용) 는 이달부터 소형모터 3천개를 북한에서 임가공 생산하는 한편 앞으로 주문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성원.동원정밀 등 전자조합 10여개 회원사가 임가공을 위해 샘플을 보내는 등 모두 1백10여개 업체가 단순 임가공에서 수출입.현지투자 방식의 대북 사업을 적극 추진중이다.

또 노래반주기 전문업체인 ㈜금영 (대표 김승영) 도 최근 금강산 관광버스 2백대에 설치할 노래반주기 1백대를 현대상선에 납품했다.

이외에도 이미 북한에 진출한 업체들은 사업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임가공 계약을 맺어 월 3만~4만개 정도의 마이크로폰을 위탁 생산하는 음향기계 제조업체인 극동음향 (대표 金學男) 은 앞으로 북한 위탁물량을 두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북한 노동자의 수준이 남한에 못지않아 앞으로 물량을 늘릴 방침" 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6월 잠수함 나포사건 이후 중소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에 5천여벌의 와이셔츠 위탁생산 계약을 성사시켰던 임가공업체 SMK인터내셔날도 최근 사업확대를 위한 재계약을 추진중이다.

남아 도는 유휴설비를 북한에 이전해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최근 북한측이 남한의 유휴설비 중에서 이전할 수 있는 품목내역 등을 요구해 옴에 따라 성업공사.시중은행 등이 확보한 유휴시설 현황자료를 북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유휴설비 이전을 통한 남북경협 방식이 바람직하며 현재 남포.평양.청진.나진.선봉 지역이 사업지역으로 유망하다" 고 밝혔다.

이외에도 현대가 추진중인 북한 서해안 경공업단지 조성이 가시화하면 최소 1백여개의 중소기업이 북한 땅을 밟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대북진출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없지않다.

수송로의 확보 등도 풀어야 할 과제.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 박병찬 부장은 "북한에서 상품을 생산할 경우 가격면에서는 경제성이 충분하지만 수송로가 바다 뿐이어서 비용과 시간이 많이 걸린다" 며 "육로 수송로 확보방안이 필요하다" 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앞으로 위탁가공사업 등 남북 교역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며 "다만 아직도 북한이 생산을 위한 전기.도로.통신시설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미비한 데다 북한 당국의 정책혼선 등으로 인해 대북 진출이 그리 만만치 않은 점을 염두에 둬야한다" 고 밝혔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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