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항공안전 징벌보다 감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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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 비행기가 언론에 뜬다.

하루 건너 운항사고 소식이다.

제시간에 못 뜨는 비행기, 떴다가 되돌아오는 비행기, 고장인 채 운항하는 비행기….

96년 이후 고장을 고치지 않은 채 3천2백번이나 '아찔 운항' 을 했다는 보도는 그 중 백미 (白眉) 다.

대한항공 1천7백여건은 그렇다 치고 평균기령 3.9년의 아시아나항공도 1천4백여건이라니 웬일인가.

비행기에 대한 지식은 승객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대개 '고장 = 사고' 로 직결되는 줄 안다.

정말 그렇게 위험할까.

"아닙니다. 수많은 부품으로 이뤄진 기계장치라 고장은 다반사죠. 그래서 정비사가 공항마다 있습니다. 김포.김해공항에는 보잉사 기술자까지 있고, 어떤 비행기든 2중, 3중 안전장치가 돼 있습니다."

전혀 위험하지 않은 고장을 언론이 과대포장한다는 제임스 페어티 보잉사 한국지사장의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세계언론에도 뜬다.

10월초 정부가 '국내선 일부노선 6개월간 20%운항 감축+서울~도쿄 (東京) 간 주2회 운항면허취소' 의 징벌을 내렸을 때 로이터.AP.CNN.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 일본.홍콩의 유력 언론들이 크게 보도했다.

국제적 망신을 당한 대한항공은 그후 헌 비행기를 판다고, 1억달러를 정비강화에 투자한다고 계속 세계언론을 타는 중이다.

대한항공을 타야 하는 국민은 더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어떻든 우리 비행기를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대한항공 = 안전불감증 회사' 로 부각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대한항공은 거듭나는 자세로 내부조직.교육.훈련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다행히 그럴 기미가 보인다.

보잉사 정비전문가를 불러 정비시스템을 전면 점검받는가 하면, 보유항공기 모두를 특별점검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80년대엔 사고다발 항공사였다 90년대에 다시 태어난 델타항공이 제휴사인 것도 안심할 요인의 하나다.

정부도 징계조치로 할 일을 다한 것은 아니다.

국민의 불안감을 씻어주고, IMF 이후 승객감소, 환차손으로 인한 항공사의 경영압박이 국민부담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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