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대중문화 교류 전문가는…]애니메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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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70년대 이후 국내 TV에서 방영된 작품중 80%이상이 일제라는 구조적 현실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보지 않은 대한민국의 20~30대는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세계적 수준의 일본 극장용 작품들이 국내에 유입된 90년대 들어 국내에는 본격적인 '매니어' 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일본작품을 제대로 보기위해 일본어를 공부하고 극장개봉에 맞춰 일본행을 서슴지 않는 이들. 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 분야에선 이처럼 일본 유학파보다는 국내 독학파가 득세하고 있다.

약2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매니어' 중 가장 손꼽히는 사람은 김준양 (28) 과 송락현 (27)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석사출신의 김씨는 대기업 연구소 연구원의 자리를 버리고 애니메이션 평론가의 길을 택했다.

현재 계원조형예술대 강사.일본은 물론 세계 애니메이션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올해 씨티극장에서 '저패니메이션의 이해' 와 '미.유럽 장편 애니메이션의 이해' 라는 제목으로 각각 두달여에 걸쳐 포럼을 열기도 했다.

카와모토 키하치로등 인형애니메이션으로 대표되는 독립작품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어 상대적으로 '앤티 저패니메이션 계열' 로 치부되기도 한다.

케이블 만화채널 투니버스에서 '스튜디오 붐붐' 을 구성.진행하고 있는 송씨는 일곱살때부터 만화 단행본 2천여권, 잡지 20년치, 영상자료 2천여편을 모아온 수집광. 중3때 전국만화영화동호회 '뉴 타입' 을 결성한데 이어 고교 졸업후에는 막바로 국내 만화영화사를 돌아다니며 제작실무까지 익힌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최근 6개월여 동안 투니버스에서 방영된 '일본 6대 감독 시리즈' 는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저서 '애니스쿨1.2' (서울문화사) 는 국내외 애니메이션을 심도있게 분석한 충실한 자료로 꼽힌다.

이와함께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의 감독열전으로 분류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 (예솔) 를 낸 황의웅 (28) 도 빼놓을 수 없다.

불황이라는 출판계에서 그의 책은 발간 3달여만에 2쇄를 찍고 대형서점 예술부문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다카하다.미야자키 작품연구소와 정기교류를 통해 그의 정신세계를 탐구하는데 주력하는 '미야자키 신도' 다.

서울시 애니메이션센터 정보자료담당으로 있는 김세준 (27) 씨 역시 한양대졸업후 세종대 영상교육원을 다니며 수많은 작품들을 섭렵해왔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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