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등치기 범죄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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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22일 趙모 (42) 씨 등 서울역 노숙자 51명은 朴모씨의 소개로 경기도 모 골프장으로 정리작업을 나갔다.

일당 4만원에 사흘짜리. 첫날 일을 마친 뒤 일당 지급을 기다리던 노숙자들에게 朴씨는 "가진 돈이 수표밖에 없다.

마지막날 한꺼번에 주겠다" 고 말했다.

이전에도 서너차례 일자리를 연결해 준 적이 있는 朴씨라 노숙자들은 별 의 심없이 일을 계속했다.

그러나 마지막날 朴씨는 아예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노숙자들은 골프장측에 항의했지만 작업비 3백여만원을 모두 朴씨에게 주었다는 대답뿐이었다.

시청지하철역에서 노숙자 金모 (36) 씨 등 7명은 지난 24일 저녁 일자리가 있다며 접근한 30대 후반의 두 남녀를 따라갔다가 "신분 확인을 한다" 는 말에 속아 주민등록증을 모두 빼앗겼다.

노숙자를 등치는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가장 흔한 것이 돈 한푼이 아쉬운 이들의 심리를 이용해 접근한 뒤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

서울 서소문공원 노숙자상담소의 김성주 (金成株.25) 씨는 "일용직으로 일한 뒤 돈을 못받았다는 상담이 지난 3개월간 30여건이 넘었다" 고 밝혔다.

그러나 노숙자들이 자신들의 신분 상태와 자포자기하는 태도 때문에 경찰에 신고조차 안해 제대로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이때문에 최근에는 노숙자 대상 범죄가 지능화되면서 범죄에 끌어들이는 사례까지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28일 노숙자를 이용,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타낸 혐의 (사기 등) 로 박광재 (朴光在.37.경기도구리시수택동) 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朴씨 등은 8명의 노숙자들을 합숙시키며 가해자와 피해자로 역할을 분담하게끔 교육시킨 뒤 교통사고를 내 두차례에 걸쳐 보험금 1천7백40만원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최민우.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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