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웃기고 울린 ‘트레이드의 저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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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호 16면

뮤지컬 흥행 비용 마련을 위해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넘긴 보스턴 레드삭스는 근 한 세기 동안 저주에 시달렸다. 프랜차이즈 플레이어 마이크 피아자를 뉴욕 메츠에 넘긴 LA 다저스의 10년은 내내 피아자 트레이드를 놓고 책임공방에 시달려야 했다. 1964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는 젊은 야수 하나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보내고, 베테랑 선발투수 어니 브로글리오를 영입했다. 브로글리오는 컵스에서 옷을 벗을 때까지 3시즌 동안 7승19패를 거두고 은퇴했다. 컵스가 내보낸 젊은 야수는 루 브록. 이 외야수는 훗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레드삭스는 1990년 최고 베테랑 3루수 웨이드 보그스를 보유했다. 젊은 3루수 유망주로 그를 백업할 필요도 없었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 유망주를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보내고 슬라이더의 달인 래리 앤더슨을 데려왔다. 래리 앤더슨은 이 해 15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1.23을 기록하며 레드삭스의 아메리칸리그 동부조 1위 달성을 도왔다. 레드삭스가 내보낸 그 3루수는 어떻게 됐을까. 애스트로스에서 1루수로 포지션을 옮긴 이 선수는 1990년대 대표타자인 제프 베그웰이다.

메이저리그의 속설이자 단장들이 금과옥조처럼 생각하는 말 중 하나. ‘젊은 야수를 투수와 바꿀 땐 두 번 생각하라, 세 번은 생각하지 마라다. 트레이드 원칙 또 하나. 한물간(washed-up) 야수라고 해도 트레이드 카드로 써먹고자 할 땐 정말 한물갔는지 확인, 또 확인하고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시내티 레즈는 1966년 메이저리그 최고 슬러거 프랭크 로빈슨을 11시즌째에 볼티모어 오리올스 투수 밀트 파파스와 맞바꿨다. 10시즌째 로빈슨의 시즌 홈런은 33개. 밀트 파파스는 레즈 이적 후 12승11패를 거뒀고, 프랭크 로빈슨은 49홈런을 때려내면서 오리올스를 월드시리즈로 이끌었다. 로빈슨은 이 해에 타격 3관왕을 차지했다.

LG는 1994년 한대화를 해태에서 영입했고, 그는 해결사 능력이 여전했다. LG는 이 해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뒀다. 1994년 KIA의 전신 해태에서 LG로 옮긴 한대화, 2009년 LG에서 KIA로 옮겨 펄펄 나는 김상현. 2009년의 김상현은 16년 전의 트레이드에 대한 보은을 위해 LG에서 KIA에 준 선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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