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날 아프리카 누우떼에게 보냈다
언제나 부족한 풀밭을 주고
때가 되면 등 떠미는 가뭄을 주었다
사자를 따돌리는 주력과
우두머리도 두 뿔로 치받는 투지를 주
었다
그래서 나는 안다
지금 사는 이곳이 임시라는 걸
식솔을 거느리고 가야 할
험한 길이 따로 있다는 걸
맹수들이 숨어있는 지금까지의 생활은
차라리 평화로웠다
이제 가자
- 전윤호 (全潤浩.34) '떠날 때' 중
강원도 정선 그 시린 물가에서 뜨거운 심장과 새 타이어를 지니고 태어난 속 깊은 시인이다.
오늘의 궁핍을 이렇듯이 비겁하지 않은 필치로 새겨내어 하나의 의지를 활짝 피워낸다.
그의 직설이 밝히는 당당함은 향긋하기까지 하다.
우리네 시의 귀한 당위이다.
고은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