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전윤호 (全潤浩.34) '떠날 때'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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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누군가 날 아프리카 누우떼에게 보냈다

언제나 부족한 풀밭을 주고

때가 되면 등 떠미는 가뭄을 주었다

사자를 따돌리는 주력과

우두머리도 두 뿔로 치받는 투지를 주

었다

그래서 나는 안다

지금 사는 이곳이 임시라는 걸

식솔을 거느리고 가야 할

험한 길이 따로 있다는 걸

맹수들이 숨어있는 지금까지의 생활은

차라리 평화로웠다

이제 가자

- 전윤호 (全潤浩.34) '떠날 때' 중

강원도 정선 그 시린 물가에서 뜨거운 심장과 새 타이어를 지니고 태어난 속 깊은 시인이다.

오늘의 궁핍을 이렇듯이 비겁하지 않은 필치로 새겨내어 하나의 의지를 활짝 피워낸다.

그의 직설이 밝히는 당당함은 향긋하기까지 하다.

우리네 시의 귀한 당위이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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