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쌍용차 노조가 진짜 사과해야 할 것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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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조의 대변인 격인 이창근 기획부장은 6일 “정리해고 투쟁을 승리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내왔다. 77일간 ‘공장 점거 파업’을 마친 노조의 마지막 공식 입장이다. 노조 집행부는 7일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쌍용차 노사가 정리해고 규모에 전격 합의하면서 쌍용차 공장이 있는 평택시 칠괴동에서는 전쟁판 같은 살벌한 풍경이 사라졌다. 그동안 노조원들은 수십 개의 볼트를 한꺼번에 발사할 수 있는 다연발 사제총, 지게차에 LPG 통을 연결한 화염방사기,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했다. 경찰은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물대포와 취루액을 살포하며 끝없는 대치를 이어갔다. 경찰관들은 물론 현장에서 취재하던 사진기자, 쌍용차 직원 등 수십 명이 볼트에 맞아 다쳤다.

쌍용차 사태는 외국 언론에 종종 등장하며 한국 사회의 ‘이해할 수 없는 단면’을 보여줬다. ‘보호망 안에 숨어 있는 경찰’(지난달 24일 월스트리트 저널), 사제 대포를 쏘며 경찰과 공장 지붕에서 싸우는 노조원의 모습(5일자 AP통신), 노조원이 던진 화염병에 맞아 불길에 휩싸인 용역업체 직원의 모습(5일자 로이터 통신) 등은 취재기자의 입장에선 낯 부끄러운 보도였다. 경찰이 한 노조원을 때리자 겁에 질려 도망가는 모습(5일자 뉴욕 타임스)에 한국 경제의 신뢰는 그만큼 추락하는 듯했다.

쌍용차에 대한 시민들의 사랑은 적개심으로 변했다. 쌍용차가 구조조정안을 발표했을 때, 그 대상이 된 직원들은 생존권 투쟁을 시작했다. 처음엔 노조원의 행동에 연민을 느끼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연민은 냉소로, 냉소는 곧 분노로 바뀌는 듯했다. 폭력 시위가 끝없이 이어지면서 평택 시민 전체가 더 큰 어려움에 처했다. 2만여 명에 이르는 협력업체 직원뿐만이 아니다. 쌍용차에 기대 삶을 이어가는 상인들 모두가 그랬다. 쌍용차는 불법 파업으로 3160억원의 생산 차질을 보았다고 한다.

영업망과 브랜드 이미지 손실은 집계되지 않은 수치다. 한 직원은 “노조의 논리 없는 폭력에 여론이 등을 돌렸고, 그 사이 회사의 가치는 더욱 훼손됐다”고 말했다.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이창근 기획부장에게 묻고 싶다. “죄송한 것이 ‘정리해고 투쟁을 승리하지 못한 것’뿐이냐”고. 노조는 ‘진짜 죄송한 것’이 무엇인지 이번 사태를 통해 배웠으면 한다. 77일의 불법 파업에서 노사와 평택 시민이 잃어버린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 곱씹길 바란다.

이현택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