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국가부도 직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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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파키스탄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직면했다.

파키스탄 금융관계자는 22일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 (IMF) 과의 구제금융 협상에 실패함에 따라 당장 10월분 채무상환액을 갚지 못하는 사실상 채무불이행 (디폴트) 상태에 달했다" 고 말했다.

만약 이같은 상황이 현실화하면 동남아 금융위기를 피해 대거 서남아쪽으로 발길을 돌렸던 한국 기업 및 금융기관들이 적잖은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파키스탄의 대외채무액은 3백20억달러에 이르나 외환보유액은 지난 5월 14억3천만달러에서 최근 6억달러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작 3주간의 수입을 충당할 수 있는 액수다.

게다가 파키스탄 루피화의 공식환율과 암시세의 차이가 40% 가량 벌어져 큰 폭의 평가절하 압력도 받고 있다.

파키스탄의 금융위기는 지난 5월 핵실험에서 비롯됐다.

당초 IMF는 파키스탄에 15억6천만달러의 구제금융을 해주기로 했으나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이에 대한 응징으로 지원금을 전액 동결했다.

또한 핵실험후 내려진 국제사회의 제재로 외국의 지원과 상업차관 제공이 중단돼 파키스탄은 이후 45억달러 이상의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파키스탄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은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이슬람국가들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 본부를 둔 이슬람개발은행 (IDB) 이 최근 파키스탄의 채무불이행을 막고자 이슬람권 대출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1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조달하기 위한 노력에 착수했다.

파키스탄 정부도 이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나 유가하락 등으로 이슬람국가들의 재정상태도 그다지 원활치 않아 상황은 극히 유동적이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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