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여성이 먹여 살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아프리카의 숲지역 일대는 옛날부터 여성이 경제권을 장악해 온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농사는 여성의 전유물처럼 돼 있다.

베냉.요투타.이부 등지에서는 여성들이 자기 소유의 농지를 직접 경작하며 지역 농산물시장도 여성들이 좌지우지한다.

여자들은 언제든 마음대로 장터에 나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면 혼외정사를 즐기기도 한다.

농사인력이 더 필요하면 남편으로 하여금 새로운 아내를 맞게 하는데 이때도 신부를 맞아들이기 위한 지참금 등의 조건은 여러 아내중 가장 나이 많은 아내가 결정한다.

자연스럽게 한 가정은 '큰 아내' 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지고, 남편의 역할이란 그저 여러 아내들에게 자식을 낳게 하거나 시키는 일을 마지못해 하는 데 그친다.

가정에서뿐만아니라 바깥에서도 여성들은 강력한 지위를 갖는다.

가령 나이지리아의 이그보족 사회에서는 여성들만의 모임을 만들어 여러 가지 현안들을 수시로 토론한다.

잘못을 저지르는 남자들에 대한 처벌문제는 주로 이 모임에서 결정된다.

여자들이 한밤중에 자는 남자를 깨워 불러 내 두드려 패는가 하면 잘못을 저지른 남자가 반성할 때까지 그의 집 뒷마당을 여자들의 변소로 사용하는 일도 잦다고 한다.

식구를먹여 살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남성들의 천국' 이랄 수 있겠지만 모든 결정권이 아내에게 있으니 남성들의 위축현상은 당연하리라. 그 근본은 옛날부터 아내, 곧 여성이 '농사권' 을 장악한 데서 비롯됐을 것이다.

지금도 아프리카 전역 농업생산의 80%를 여성이 담당하고 있다.

곡물 도정 (搗精) 및 저장의 84%, 수확의 60%가 여성의 몫이다.

하지만 가사 (家事) 의 98%도 여성이 담당하고 있다니 '여성 천국' 은 서부의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모양이다.

우리나라도 여성 노동인구의 20%가 농업을 주업으로 하고 있으며, 세계 쌀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에서는 여성 농업인력이 나라마다 50%에서 90%에까지 이른다고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 (FAO)가 제정한 '세계식량의 날 (16일)' 올해 주제는 그래서 '여성이 세계를 먹여 살린다' 다.

그러나 농업종사 여성의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죄' 인 세상이 돼서는 안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