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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핵심기업들 흔들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일본의 핵심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식 경영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내고, 반도체 시황악화에 아시아 경제위기, 각종 스캔들까지 맞물린 결과다.

금융업계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일본의 제조업체들도 휘청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일본 경제 항공모함으로 불리는 미쓰비시 (三菱) 중공업은 지난해 2천억엔의 흑자에서 올해는 1천억엔을 겨우 넘길 전망이다.

'공장을 만드는 공장' 인 미쓰비시중공업은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아시아지역에 대한 플랜트 수출에 제동이 걸리면서 내년 흑자는 1천억엔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력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히타치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반도체 시황 악화에다 주력부문인 중전기쪽이 무너지면서 지난 49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1천억엔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최고 수익원이던 발전설비분야에 경쟁입찰제도가 도입되면서 5년전에 비해 수주가격이 절반이하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매출액 자체가 감소, 7만1천명의 종업원중 4천명을 줄이고, 모기업 공장까지 해체하는 대대적인 감량경영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S&P는 "히타치가 적절한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 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최대 반도체 메이커인 NEC는 방위산업 스캔들의 직격탄을 맞았다.

자회사인 도요 (東洋) 통신이 방위청에 군수물자를 고가로 납품하다 29억엔 반환명령을 받고 반환금 삭감을 대가로 방위청 관계자들에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일본 검찰은 도요통신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모기업인 NEC도 관여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사건의 여파로 세키모토 타다히로 (關本忠弘) 명예회장이 게이단렌 (經團連)에서 퇴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간판기업인 종합상사들도 상황이 악화되기는 마찬가지. 지난해에는 엔화약세에 따른 수출증가로 특수를 누렸으나, 아시아 경제위기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동남아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발목을 잡고 있다.

유서깊은 오쿠라 (大倉) 상사가 도산하고 D.N등 중견 종합상사들도 주가가 폭락하는등 경영위기설에 휘말려 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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