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창하오-목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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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고통을 덜어준 143

제7보 (126~145) =제아무리 절륜한 용맹이 있어도 한번 사지에 빠지면 다시는 헤어나지 못하는 게 바둑이다.

창하오8단은 중국의 일인자이고 목진석4단은 한국의 신인왕이니까 등급을 따진다면 창하오8단이 한등급 위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창하오는 백약 (百藥) 이 무효인 상황에 빠져버렸다.

처음 睦4단의 잡초류에 걸려 우변을 상실한 이래 창하오는 빠른 회복을 노려 무리를 거듭했고 그 바람에 사태는 계속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이젠 백은 피투성이의 모습이다.

넉점이 잡혀버린 중앙의 몰골이 그렇고, 흑를 당한 좌상의 모습이 그렇다.

백은 흑 두점을 잡기 위해 팔다리를 다 잘라줬는데 상대는 이제 그 두점마저 살아가겠다고 나온다.

백이 '참고도' 1로 이은 뒤 3으로 끊어잡을 수만 있다면 바둑은 아직 모른다.

그러나 흑이 4로 뚫고 6, 8로 젖혀가면 어디든 한조각은 살게 돼 있으며 그것으로 백은 끝장이다.

부득이 126으로 끊고 136까지 돌파해 흑 석점을 잡을 수 있게 됐으나 그 정도 가지고는 도저히 양이 차지 않는다.

그래서 140에 몰아 패맛을 노리자 睦4단은 141로 단호하게 끊어버린다.

142로 상변의 피해를 최소화하려 했으나 이번엔 143.백145엔 흑 '가' 로 연결만 하겠다는 수다.

이 141과 143이 고통으로 신음하는 백의 목을 쳐준 수가 됐다.

프로들은 이럴 때 차라리 고마움을 느낀다.

창하오8단은 144로 좌상을 한번 때려보더니 145로 잇자 돌을 던졌다.

그로서는 철저히 부서져버린 한판이었다.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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