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엔강세' 최대한 활용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 엔화가 연사흘째 초강세를 나타내자 우리 경제에 큰 숨통이 트이는 듯한 기대와 설렘이 확산되고 있다.

증시에서 주가가 연일 치솟고 달러환율과 금리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엔화 강세는 우리에겐 호재다.

우리 수출상품중 65%가 세계시장에서 일본제품과 경쟁관계에 있어 엔고는 우리의 가격경쟁력을 그만큼 높여준다.

수출업계가 바삐 움직이고, 원저 (低)에다 저금리.저유가의 신3저 현상이 다가온다는 성급한 낙관론마저 고개를 든다.

최근의 엔화 급등세는 물론 왕년의 엔고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일본 금융개혁법안의 국회통과 가능성이 커지고, 30조엔 규모의 경기부양책 발표 등으로 일본 경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엔화 매입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후속조치와 효과를 아직 속단할 단계는 아니다.

최근의 급등세는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 (fundamental) 을 반영한 엔강세라기보다 달러화에 대한 불안감 확산이 더 큰 원인이다.

중남미 위기와 대형 헤지펀드들의 대규모 투자손실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미국당국의 금리 추가인하 시사로 달러화 투매 (投賣)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엔화 오름폭은 비정상적이고, 외부적 요인에 의한 엔화 폭등세가 장기간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엔화가 마침내 오름추세로 반전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엔고는 미국과 일본에도 좋다' 며 미국정부가 이를 환영하고, 일본 대장성도 엔폭등에 당분간 '불개입' 을 다짐하고 있는 사정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 입장에서 원화에 대한 달러가치가 계속 하락할 경우 엔강세의 이점이 얼마간 희석되고 외자 유치가 차질을 빚는 걱정도 생긴다.

엔강세가 설사 일시적인 것이라 해도 이를 수출증대에 최대한 활용해 우리 경제의 회복을 앞당기는 계기로 삼는 공격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출기업에 금융을 적기 지원하고,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원만히 매듭지어 수출증대에 전력토록 총력체제를 가동시켜야 한다.

원자재값 하락과 국제금리 인하가 계속되면 수입비용과 외채이자 지급부담이 줄어들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부담도 줄일 수 있다.

당국 및 기업계의 슬기롭고도 기민한 대응을 촉구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