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도 '뇌물' 추징금은 '화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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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검찰이 돈이나 향응제공이 아닌 '정조' 도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관련 경찰관을 기소,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대구지검 강력부 구본진 (具本鎭) 검사는 9일 구미시광평동 한아름다방 주인 姜모 (34.여) 씨, 姜씨 다방의 종업원 L양 (15) 과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구미경찰서 형곡파출소 李모 (37) 경장을 각각 구속 기소했다.

李경장은 L양이 한아름다방에 근무하던 지난 2월 7일 업주 姜씨로부터 "잘 봐달라" 는 부탁을 받고 L양과 한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다.

특히 李경장은 L양이 이 다방에 근무하던 지난 1월 중순께부터 10여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요구해 온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여종업원에게 티켓영업을 하도록 하고, 인근 노래방에서 팁을 받고 시중을 들게 하는 등 姜씨의 위법행위를 李경장이 알고 있었으나 이를 단속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L양이 차 배달 과정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지만 면허증이 없었고 안전모도 제대로 쓰지 않았는데도 경찰이 단속하지 않은 것은 '단속하지 않는 대가' 며 李경장은 이 '대가' 를 미끼로 육체관계를 맺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具검사는 "국내 판례를 찾아봤지만 돈과 관계없이 정조만 제공해 문제가 된 경우는 없었다" 며 "일본의 판례나 학설로도 충분히 유죄가 되고 여러차례 성관계를 요구한 점 등 죄질이 나빠 기소했다" 고 밝혔다.

더욱 흥미를 끄는 점은 뇌물죄의 선고에서 반드시 뛰따라야 하는 '추징' 문제. 검찰은 공소장에 추징금으로 30만원을 기재했다.

具검사는 "당시 L李양이 다른 사람과 동침하는 대가로 받은 금액이 30만원이었다" 고 설명했다.

대구 =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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