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오부치 총리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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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총리는 8일 정상회담 직후 양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 과거사문제 정리에 대한 양국 정상의 입장 및 천황의 공식 방한시기를 밝혀 달라. 일본문화 개방일정은.

(오부치 총리) "일본의 반성과 사과를 金대통령은 진지하게 평가했다.

나도 金대통령의 마음을 믿고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과거 몇차례의 과거문제 정리와 달리 이번엔 공동선언이라는 문서에 정상들이 서명했다.

金대통령도 20세기 문제는 20세기에 마무리짓고 21세기에는 전향적으로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전진한 것으로 확신한다.

천황의 방한은 金대통령이 이른 시일에 한국 국민의 따뜻한 환영분위기가 조성돼 성공적으로 방한하는 시기가 오길 바란다고 했다.

어제 천황에게 金대통령의 뜻이 직접 전달된 것으로 안다.

정부차원의 준비가 되도록 일본 정부도 충분히 검토하겠다. "

(金대통령) "과거사는 이번에는 여건이 전과 다르고 달라져야 한다.

첫째, 문서로 정식발표를 했고 한국을 직접 지명해 일본이 한국에 가한 피해를 반성하고 사죄한다고 했다.

형식과 무게에서 과거와 다르다.

둘째, 한.일 양국의 안보와 경제협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 상호협력이 필요한 여건이다.

셋째, 20세기가 민족중심의 민족국가시대였다면 21세기는 세계화시대다.

한.일협력은 21세기에 일본의 이익과 한국의 이익에 필요한 것이다.

다만 아무리 좋은 선언이라도 지도자들과 국민이 성의를 갖고 노력을 계속하고 뒷받침해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천황폐하의 방한은 국교를 시작한지 33년인데 일본 천황 방한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것은 부자연스런 일이다.

나는 이번의 공동선언이 (일왕 방한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세계적 축제인 월드컵이라는 공동의 목표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이 천황을 한국 국민들이 영접하는 기회를 가져올 것이다.

한국정부도 노력할 것이다.

일본문화에 대해서는 단계적 개방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상당한 속도로 개방을 추진하겠다. "

- 일본의 여러 차례에 걸친 과거사 언급에도 불구하고 지도층의 바람직스럽지 못한 발언들이 나왔다.

앞으로 그런 발언이 나오지 않으리라고 보는지.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

(오부치 총리) "일본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공동선언에서 밝힌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것으로 확신한다.

일본국민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 "

(金대통령) "지난 80년 나는 도쿄 (東京) 납치사건에 대한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양국 정부에 어떠한 문제도 제기하지 않고 범인의 처벌을 원치 않으나 진상은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진상규명을 위한 적절한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장래에 필요한 의견을 발표할 예정이다."

도쿄 =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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