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파출소를 노숙자쉼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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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경찰의 구조조정으로 텅 빈 채 놀고있는 파출소 건물들이 노숙자들의 보금자리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8일 일선 파출소 통폐합으로 비게 된 파출소를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노숙자들의 임시 쉼터인 '희망의 집' 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이러한 조치는 노숙자가 넘쳐나는데도 수용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쓸모없게 된 파출소 건물을 그대로 둘 경우 도심의 흉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

특히 10월초 현재 노숙자는 2천4백여명이나 희망의 집 수용규모는 절반도 안되는 1천여명 수준이어서 새로운 시설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의 조직감축에 따라 남아돌게 된 서울시내 파출소는 전체 5백90곳 가운데 77곳. 이중 원래 소유권이 서울시에 있는 22곳의 운영권이 최근 시로 되돌아 왔다.

지난 7월 중부경찰서 을지로6가 파출소와 통합되면서 문을 닫은 광희파출소를 비롯한 '용도폐기' 된 이들 파출소는 현재 출입문이 닫힌 채 방치돼 있다.

시는 파출소의 내부를 개조, 식당.침실.세탁소.샤워시설.휴게실 등을 설치하고 운영은 종교기관에 위탁할 방침이다.

특히 이곳에는 전문 상담인력이 배치되고 입소한 노숙자들은 모두 공공근로 기회를 제공받는다.

시는 22곳 중 이달말까지 우선 중구광희.서대문구무악.성북구대일.성동구옥수1파출소 등 10여곳을 쉼터로 새롭게 단장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대부분 2층인 파출소마다 30명씩 모두 3백명 정도를 수용하게 된다.

시는 나머지 12곳에 대해서도 연말까지 쉼터로 바꾸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말이면 노숙자가 3천3백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이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다양한 공간확보 대책도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고 주문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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