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플스, 브리티시 오픈 최저타 우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잉글랜드 출신인 카렌 스터플스(31)가 2일(한국시간) 영국 버크셔주 서닝데일 골프장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브리티시오픈에서 합계 19언더파로 우승했다. 투어 5년 만에 메이저대회에서 첫 우승한 스터플스의 과거는 지난 7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브리티시오픈에서 인간승리를 이룬 '떠돌이 골퍼' 토드 해밀턴(미국)의 사연 못지않게 감동적이다.

"'연습장의 쥐'처럼 살았다"던 해밀턴은 그래도 희망이 있어 골프채를 놓지는 않았지만 스터플스는 아예 골프를 포기했었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 희생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자 스터플스는 골퍼의 꿈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골프장의 식당 종업원으로 일했다.

스터플스에게 다시 희망의 빛이 비친 건 1998년. 골프장 회원 한 명이 후원금을 주며 "다시 도전해보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퀄리파잉 스쿨을 거쳐 LPGA 무대에 처음 선 99년 그의 나이는 벌써 26세였다. 수중에는 단돈 500달러뿐이었고 성적이 나빠 빈손으로 돌아오는 일이 허다했지만 스터플스는 힘든 여정을 거쳐 5년 만에 금의환향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번 대회 내내 스터플스의 경기는 훌륭했다. 특히 4라운드에서의 샷은 마치 신들린 듯했다. 1번 홀 이글, 2번 홀 더블이글(앨버트로스)로 무려 5타를 줄였고 15.16.17번 홀 3연속 버디로 마감했다. LPGA투어에서 2년 만에 나온 더블이글 덕에 무려 8언더파를 친 그는 2위 레이철 테스키(호주)를 5타 차로 밀어냈다. 스터플스가 기록한 19언더파 269타는 99년 도티 페퍼(미국)가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세운 메이저대회 최소타 기록과 동률이다.

29만880달러의 우승 상금을 받은 스터플스는 올해 상금을 71만1930달러로 늘렸다. 지난 5년간의 총 상금 72만5500달러에 맞먹는다.

한국 선수 중에는 런던 근교 퍼트니에서 태어난 이정연(25.한국타이어)이 합계 10언더파로 공동 8위에 올랐다. 4라운드 초반 5타를 줄였던 박지은(25)은 17번 홀(파4) 더블보기로 8언더파 공동 13위에 머물렀다. 한희원(26.휠라코리아).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같은 성적이다.

박세리(27.CJ)는 3타를 줄여 합계 7언더파 공동 21위로 슬럼프 탈출의 조짐을 보였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