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조상모시기]본가에서 처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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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요즘 신세대 부부들은 보금자리를 구할 때 처가 근처의 집값부터 알아본다.

'처가와 뭐는 멀수록 좋다' 는 금언도 이제는 옛말이다.

아들같은 사위가 대접받는 시대. 추석에 본가보다는 처가행을 택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개인사업을 하는 김모 (40.경기도안산시) 씨는 올 추석부터 처가에서 차례를 지낸다.

지난해 장인이 돌아가신 게 표면적인 이유. 본가에서 막내인 김씨는 딸만 둘인 집안으로 장가를 들어 실질적인 장남 노릇을 해왔다.

지난번까진 일찍 본가에서 차례를 지낸 후 처가로 달려갔지만 이제부터는 처가로 직행한다.

1남1녀를 둔 서영화 (53.서울종로구) 씨는 사위를 둔 장모의 입장이지만 추석날 사위의 처가행은 달갑지 않은 입장이다.

"만약 아들이 추석때 집에 안오고 처가로 간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아찔해오는데요. 마찬가지죠. 사위도 한 집안의 자식인데 더구나 명절에는 본가로 가는게 순리에도 맞고 당연한 것 아닌가" 라고 반문한다.

올 11월에 결혼할 예정인 이종현 (29.서울서대문구) 씨는 본가도 중요하지만 아들이 없는 처가라면 신경을 써야한다는 경우. "집안에서 장남도 아니고 경상도 집까지 매번 내려가기 어려울 때는 처가에서 명절을 보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라고 말한다.

아들 없는 처가도 많은데 명절에는 꼭 본가에만 가야하느냐며 기존의 관습에 반발하는 사위들. 어떻게 아들이 명절에 집에 오지 않을 수 있냐는 부모들. 양자의 입장은 당분간 합의점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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