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추석연휴 풍경]원기회복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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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 여름 수재로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다행히 풍작이라 숨을 돌렸는데 다시 태풍피해로 마음이 무겁다.

그런 중에도 추석은 흩어졌던 가족.친지들이 모여 조상의 덕을 기리고 이웃간의 정을 나눌 좋은 기회. 또 연휴를 활용해 세파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그동안 바쁜 일상을 이유로 밀어두었던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다.

남들은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문화계 인사들의 알찬 추석보내기 아이디어들을 모았다.

['몸 추스기며 원기회복'형]

긴연휴가 생기면 항상 여행을 떠나곤 하던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교수는 이번에는 일체의 계획없이 집에 머물 생각이다.

"나라 살림도 어렵다고 하는데 여행을 떠나자니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아서" 다.

연구자료도 모으고, 구경도 할 겸 중국이나 일본 등을 다니던 예전과 달리 올해는 집에서 책읽기에 몰두할 참이다.

예전의 연휴보내기가 '외유형 재충전' 이었다면 올해의 연휴는 '내수형 재충전' 이 되는 셈. 그가 마음에 두고 있는 독서목록은 올가을 계간지에 실린 소설들. 이를 중점적으로 읽어내려가면서 "최근 문단의 흐름을 잡아 볼 계획" 이라고 밝힌다.

그런가하면 소설가 한수산씨처럼 "아무 계획을 세워놓지 않는 것이 명절을 보내는 원칙" 인 이도 있다.

"명절이면 오히려 하던 일도 안하고, 잘 안움직이는 게 명절을 보내는 나의 방식" 이라고 말하는 그는 "특히 추석때는 어디를 가본 적이 없다" 고 덧붙인다.

문인들이라면 연휴 전후로 원고독촉에 시달릴 법도 하지만, 그의 경우 이번에는 문예지에 보낼 소설 몇 편도 마침 정리가 다 끝난 상태. 마음이든 몸이든 얽매인 일 없이 순수휴식에 빠져드는 것이 그의 이번 추석 '계획' 이다.

KBS주말극 '야망의 전설' 에서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극적으로 생명을 구한 탤런트 최수종씨에게 드라마 촬영이 없는 이번 연휴는 더없이 고마운 재충전 시간이다.

여름 내내 몸을 아낄 새가 없이 거친 촬영이 거듭된 탓에 그의 온몸은 이곳저곳 욱신거리는 상처투성이. 그런 몸을 푹 쉬는 한편,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친지들과 함께 하는 것이 이번 추석연휴의 최우선 스케줄이다.

우선 아버님 제사를 올리고, 다음에는 연희동 처가댁과 인천의 처할머님댁도 오랜만에 찾아볼 계획. '한동안 소홀했던' 가족 중에는 임신 5개월째에 접어들어 입덧을 끝내고 식욕을 되찾은 아내 하희라씨가 빠질 수 없다.

"아내와 외식도 하고, 영화구경도 다니고 싶다" 며 보통 남편으로서의 소망을 털어놓는다.

연휴 직후인 7일부터는 몸에 돌을 묶고 강에 빠지는 등 다시 힘든 촬영계획이 잡혀있다.

바쁜 여름을 보낸 걸로는 데뷔곡 '그녀와의 이별' 로 가요계를 강타한 가수 김현정씨도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신인임에도 하루 평균 7~8군데 무대를 뛰는 무리한 일정을 강행군하다 보니 코피를 쏟고,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무대 위에서는 더없이 건강해 보이는 그이지만, 이 정도라면 추석연휴 나흘 쉬는 것으로는 원기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다.

추석 전날인 4일 SBS '인기가요20' 출연을 끝으로 일단 휴식에 들어갈 계획. 12월쯤 건강해진 모습으로 2집 음반을 들고 팬들과 만날 생각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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