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관계 ‘카디르 회오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신장(新疆)위구르 유혈 시위 사태의 후폭풍으로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얼어붙고 있다. 일본 정부가 위구르 지역의 정신적인 지도자인 레비야 카디르(59·여) 세계위구르인대회(WUC) 의장의 일본 입국을 허용한 것이 발단이 됐다. 중국 정부는 197명이 숨진 위구르 유혈 사태의 배후 주모자로 미국에 망명 중인 카디르를 지목하고, 일본 정부가 그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말라고 요구해 왔으나 일본 외무성은 이를 무시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 우다웨이(武大偉) 부부장(차관)은 29일 미야모토 유지(宮本雄二) 주 중국 일본대사를 소환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 자리에서 우 부부장은 “일본에서 카디르가 분리주의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추이톈카이(崔天凱) 주일 중국대사도 “일본은 중·일 관계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도 카디르 의장에게 비자를 발급해 주고 면담에 응한 일본 정부와 자민당을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그러나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본 관방장관은 29일 “카디르 의장의 방문은 일본과 중국 정부 간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흘 일정으로 28일 일본 방문을 시작한 카디르는 다음날 도쿄(東京)의 자민당 중앙 본부를 방문해 에토 세이치(衛藤晟一) 참의원 의원과 만났다. 회담 직후 카디르는 “중국의 탄압을 받고 있는 위구르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일본 측이) 구속된 위구르인들의 석방을 중국 정부에 요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에토는 “(중국의 위구르 탄압은)방치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일본 정부에 면담 내용을 알리고 대응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