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러시아서 혁명가 부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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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라, 노동자의 군대! 굴레를 벗어 던져라/
정의는 분화구의 불길처럼 힘차게 타온다/
대지의 저주받은 땅에 새 세계를 펼칠 때/
어떠한 낡은 쇠사슬도 우리를 막지 못 해. ”

미국 대중 가수 마돈나가 러시아 공연장에서 자신의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혁명 가요 ‘인터내셔널’을 부르게 될지에 대해 러시아 공산주의자와 대중 음악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르 피가로에 따르면 러시아의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 공산주의자 연합’이라는 조직은 8월 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공연을 여는 마돈나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그들은 편지에서 “볼셰비키 혁명의 성지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공연을 하기위해서는 러시아 혁명가를 불러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마돈나가 원한다면 인터내셔널이나 라 마르세예즈(프랑스 국가)도 무방하다”며 ‘선택의 자유’를 부여했다.

인터내셔널은 19세기말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세계적인 공산ㆍ사회주의자들의 노래다.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 ‘노예의 사슬을 끊고 해방으로 나가자’ 등의 가사로 노동자의 단결과 혁명을 촉구하는 가사로 돼있으며 세계 각 국 언어로 번역돼 주요 행사 때마다 불려졌다. 북한에서도 '국제공산당가'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옛 소련에서는 이 노래를 국가로도 사용한 적이 있다. 라 마르세예즈는 프랑스의 국가로 ‘조국의 아들 딸아 일어나라…싸우자 조국의 밭고랑이 피로 넘칠 때까지’등의 호전적인 가사로 돼있다. 이런 내용 때문에 국가로서 적합성 여부를 놓고 오랫동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호전적인 내용의 혁명가를 부르라는 요구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표상인 마돈나의 공연이 못마땅했던 러시아 공산주의자들이 공산주의 성지를 지키려는 뜻에서 내민 절충카드인 셈이다.

이밖에도 공산주의자들은 마돈나에게 러시아의 규율과 도덕을 존중할 것,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나올 것,러시아 볼셰비키군에 경의를 표할 것과 함께 절대로 스트립티즈를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은 결국 마돈나 공연이지만 평소 마돈나가 보여줘 왔던 것은 모두 보여주지 말라는 ‘명령’ 이다.

이번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연은 마돈나 본인이 원해서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최저 입장료를 기록했지만 본인이 전혀 개의치않고 강행했다.

공연 주관사 PMI측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돈나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가보고 싶어해서 추진한 공연으로 역대 공연 중 가장 적은 출연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돈나는 2006년 모스크바 공연 때도 러시아 정교회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당시 러시아 정교회측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있는 모습을 무대 장치로 올리는 것에 반대해 공연 취소를 요구해 화제가 됐다. 시간과 장소를 바꿔가면서 우여곡절끝에 공연은 치러졌다.

자유 분방한 성격의 마돈나가 공산주의자들의 요구 가운데 일부라도 수용할지에 대해 러시아는 물론 세계 대중음악 팬과 공산당원들의 눈과 귀가 2일 공연에 쏠려 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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