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 “이렇게 작은 게, 그리 아프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결석은 요도 뿐아니라 신장, 방광에서도 생긴다. 한 남자 환자가 병원에서 체외충격파시술로 결석치료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몇 일 전의 일이다. 30대 남자가 오른쪽 옆구리에 손을 대고 잔뜩 찡그린 채로 진료실로 들어왔다. 언뜻 봐도 통증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제 저녁부터 갑자기 옆구리가 아팠으며,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응급실에서 통증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진통제 주사 후 어느 정도 좋아졌다가 오늘 다시 통증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소변검사와 Xray 특수 촬영을 해보니 콩팥과 방광의 연결 통로인 요관에 5mm 정도의 작은 결석이 확인되었다. “이렇게 작은 것 때문에 그렇게 심하게 아팠나요?” 환자는 내심 못 미더워 하는 눈치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하지 않습니까. 결석이 움직이면서 요관 점막을 긁게 되어 심한 통증이 생깁니다. 아이 낳을 때보다 더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종종 있습니다.” 라고 하니 이내 고개를 끄떡인다. 결석이 아주 크지 않아 그냥 빠질 가능성도 있으므로 통증 치료하면서 기다릴 수도 있으나 그동안 통증 때문에 고생이 많아서 그런 지, 최대한 빨리 해결해 달라고 한다. 입원하지 않고 충격파로 결석을 분쇄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받고, 이내 통증이 없어져 1주일 후 귀가할 수 있었다.

요로결석이란 신장, 요관, 방광, 요도 등에서 발견되는 결석으로 흔히 알려진 담석과는 전혀 다르다. 요로결석의 주요성분인 칼슘, 수산, 인산염 등의 농도가 높아지면 소변에 더 이상 녹지 못하여 결정으로 변하고 이것이 결석의 핵으로 작용해 점점 큰 결석이 된다.

요로결석의 증상은 결석의 위치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결석으로 인한 요로폐쇄가 없으면서 신장 안에 있으면 결석이 신장 안에 꽉 찰 정도로 커질 때까지도 증상이 없을 수가 있다. 그러므로 신장 결석은 환자가 전혀 모르고 지내다가 우연히 발견하거나 결석이 상당히 커져 신장기능이 거의 소실되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상이 신장에서 일어나게 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신장과 요관에 분포하는 신경은 위장과 같은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신장이나 요관에 결석이 있는 경우에는 마치 위장에 병이 있는 것같이 메스껍거나 토하는 등 위장장애의 증상이 동반된다. 이 때문에 환자는 위 사진을 찍거나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등 불필요한 검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요로결석은 소변검사와 간단한 Xray 검사로 진단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역행성 요로조영술, CT 촬영술 등과 같이 보다 자세한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작은 결석은 자연배출되는 경우가 흔하므로 수분을 많이 섭취하고, 불편할 정도의 증상이 없다면 약물을 복용하면서 자연배출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결석의 크기와 상관없이 통증이 지속되거나 결석이 배출되지 않는 경우, 염증이 동반되어 열이 나는 경우, 신장이 하나만 있는 경우,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 심리적으로 불안한 경우는 곧 바로 치료받을 것을 권하고 싶다.

체외충격파쇄석술은 요로결석의 가장 혁신적인 치료방법으로 수술하지 않고, 체외에서 고에너지를 발생시켜 이를 신장이나 요관의 결석에 집중적으로 쏘아 직경 2mm 이하의 작은 가루로 부순 뒤 소변과 함께 자연배출되게 하는 치료방법이다. 시술중 통증이 없거나 경미하므로 마취가 필요없으며, 대부분 입원도 필요 없다. 충격파쇄석술에 실패하거나 이를 시술하기가 힘든 경우에는 전신 혹은 척추 마취 후 내시경을 이용하여 결석을 제거하는 내비뇨기과적 치료를 받게 되며, 이러한 모든 방법으로 실패하였을 때에는 재래식으로 절개 수술하여 결석을 제거하여야 된다.

서경근 비뇨기과 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