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100% 바닷바람을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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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 미델그룬덴 해안 인근에 설치된 풍력발전단지. 이 풍력단지는 코펜하겐에 필요한 전력의 5%를 생산한다. [코펜하겐=전진배 특파원]

지난주 독일 정부는 2년 동안 준비해 온 ‘알파 벤투스’의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알파 벤투스는 12개의 대형 풍력 터빈을 바다에 설치해 바닷바람으로 전기를 일으키는 풍력발전 단지다. 이전의 해양 발전 시설보다 육지에서 더 멀리 떨어져 나갔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르쿰 섬에서 45㎞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에 180m 높이의 발전장치 12개를 꽂아 놓았다.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해양 풍력 발전을 통해 2만∼2만5000㎿ 정도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건설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유럽 국가들이 재생 에너지 개발을 위해 바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 생산의 2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한다는 환경협약에 지난해 말 서명했다. 이후 각국은 재생에너지 개발 계획을 앞다퉈 준비하고 있다.

경제지 라 트리뷴은 “그 가운데에서도 풍력 발전 시설을 육지에서 바다로 옮겨 가는 게 트렌드를 이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럽풍력에너지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국가들은 357㎿를 생산할 수 있는 해양 풍력 발전 장치를 설치했다. 현재 유럽의 전체 해양 풍력 발전량은 1471㎿다.

같은 풍력 발전 장치로 바다에서는 육지보다 40% 정도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풍력 터빈 등 관련 시설을 육지에 설치하지 않아도 돼 자연 경관을 해칠 우려도 적다.

가장 앞서가는 나라는 덴마크다. 덴마크는 1990년대 초반부터 제일 먼저 해양 풍력 발전에 눈을 떴다. 미델그룬덴 인근의 풍력발전소는 수도인 코펜하겐시 전력의 5%를 공급하고 있다. 덴마크는 세계 최대의 풍력 발전 시설 제조업체인 베스타스를 보유하고 있어 더 큰 이점이 있다. 해양 풍력 발전 시설에 집중 투자하는 동시에 자국의 풍력 발전 업체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효과를 보는 것이다.

원전에 치중하면서 대체 에너지 개발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프랑스도 차세대 대체 에너지는 해양 풍력이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노르망디 해안에서 독일 등과 공동으로 해양 풍력 발전 실험에 들어갔다. 노르망디의 칼바도스 지방의 풍력 발전 장치에 20억 유로(약 3조6000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영국은 해양 풍력 발전의 일자리 창출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1㎿ 단위의 풍력 발전 장치가 생산될 때마다 15∼20개의 영구적인 일자리가 마련된다는 보고서를 토대로 이 분야에 주력할 채비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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