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제2 건국의 국민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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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해방 53년,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아 정부는 지난 8.15에 제2건국을 선언한 바 있다.

지금까지는 대통령 혼자 또는 관 (官) 주도아래 거창한 구호만 내걸었다가 용두사미 (龍頭蛇尾) 로 끝나고 말았다.

따라서 이번 제2건국운동은 정부와 국민이 함께 하는 국정운영 이데올로기와 국민의식 개혁운동이어야 한다.

어느 마을의 바위들 중에 사람의 얼굴을 닮은 큰바위 얼굴이 있었다.

이 마을에는 이 바위를 닮은 위대한 인물이 나온다는 예언적 전설이 있었다.

주인공 어니스트는 큰바위 얼굴 얘기에 감화를 받으며 자란다.

게더골드란 부자가 큰바위 얼굴을 닮은 첫 인물로 등장하나 큰바위 얼굴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큰바위 얼굴과 닮았다는 두번째 인물 올드 블러드 - 앤드 - 선더 장군 역시 큰바위 얼굴의 무한한 자비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세번째는 올드 스토니피즈란 정치가로서 큰바위 얼굴을 닮은 면이 있으나, 말과 행실이 일치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을 위한 이기주의로 마을사람들에게 실망만 안겨줬다.

어느날 황혼이 깃들일 때 어니스트는 큰바위 얼굴을 등지고 마을 사람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 함께 있던 한 시인이 "어니스트야말로 평생을 큰바위 얼굴을 닮으면서 삶 자체로 살아온 예언의 인물이자 큰바위 얼굴의 주인공이다" 고 외쳤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인정하며 동감을 표시했다.

해방 53년 동안 큰바위 얼굴 같은 대한민국 건국 인물은 과연 누구인가.

다음달로 예정된 경제청문회에 한국의 경제운명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경제청문회의 개혁 대상자들은 '큰바위 얼굴' 에 나오는 게더골드 같이 큰바위 얼굴과는 거리가 먼, 온 국민의 깊은 실망과 지탄을 면치 못하게 된 역사의 죄인들이다.

과거 4반세기 동안 군사정권 아래서 민주화와 자유시장경제라는 두 수레바퀴는 역행을 거듭했다.

5.18 광주민주항쟁의 희생과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난국의 뿌리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수천억원의 정치자금으로 전직 두 대통령이 심판의 대상이 돼 수의 (囚衣) 를 입었던 것도 그들이 큰바위 얼굴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세번째 인물인 정치가들 중에 큰바위 얼굴 같은 대한민국 건국의 인물은 과연 누구인가.

작금의 작태를 볼 때 국민을 위한 정치가는 없고 자기 자신만을 위한 정치 모리배만 판치고 있다.

퇴출돼야 할 개혁 대상자들이 정치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네번째 인물인 시인은 지식인.교육자를 가리킨다.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제2건국의 본질인 독자적 지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가.

어떤 나라를 건국하고 어떤 국민으로 제2건국을 하자는 것인가.

그러기 위해 제대로 된 교육정책을 펼치고 있는가.

제2건국의 국민상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큰바위 얼굴의 주인공 어니스트 같이 언행일치된 개혁세력,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새 인물로 개혁주체 세력의 대세를 이뤄나가야 한다.

그 첫걸음은 개혁의 주도권을 개혁 지지세력에게 맡기는 인적 (人的) 개혁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인물난이라고 해서 이승만시대때 친일파를 기용했듯이 건국의 장애물, 개혁 대상자들을 제2건국의 주역으로 등장시켜선 안된다.

아주 가까이 제2건국의 인물들을 본받을 수 있는 나라 전체 분위기를 국민 일상생활 가운데 조성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서울강남구역삼동 소재 도산 (島山) 공원에 도산기념관을 세우고, 효창공원을 김구 (金九) 공원이라 명명하며 건국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

또 남산을 안중근 (安重根) 공원이라 명명하며 안중근기념관을 확장해 대한민국의 근본뿌리로, 제2건국 국민상의 원형으로 삼아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역사교과서에 역사인물 중에서 제2건국 국민상을 대표하는 인물을 선정, 21세기 통일한국의 국민정신으로 길러 나가야 한다.

아울러 국민정신 개혁운동.새롭게 사는 국민운동.문화운동을 전개, 국민 역량을 총동원해 국난 극복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 운동을 이끄는 지도자는 성실한 사람들이 잘 사는 나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을 주는 큰바위 얼굴 같은 인물이다.

또 국민 각자가 큰바위 얼굴 같은 국민이 될 때 빛나는 조국, 대한민국을 자손만대에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안충석(사당동천주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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