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상파울루'갔다오면 작가만 빚더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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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술계에는 '상파울루 한번 갔다오면 빚더미에 올라앉는다' 는 웃지못할 우스개 소리가 있다.

다름아닌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 이야기다.

지난 95년 한국관을 개관해 전수천 (95년) 과 강익중 (97년) 이 잇따라 특별상을 수상했던 이탈리아의 베니스 비엔날레와 마찬가지로 상파울루 비엔날레 역시 국가관 형식으로 운영되는 비엔날레. 조직위가 기획하는 특별전 이외에 국가관은 해당 국가에서 전시비용 등 모든 책임을 맡아 진행한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경우 문예진흥원 국제사업부에서 주관해 비교적 후한 예산을 편성해 주는 반면, 상파울루 비엔날레는 한국미술협회가 주관하고 문예진흥원은 후원 역할에 그쳐 매번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미술평론가 김영호 교수 (중앙대)가 커미셔너를 맡아 보자기 작업으로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수자씨의 작품을 출품한 올해 비엔날레 (10월 3일부터 12월 13일까지) 역시 예산 부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작품 운송비 1천 4백만원에도 못미치는 1천만원이 커미셔너 활동비까지 포함하는 예산의 전부이기 때문. IMF로 인해 기업 스폰서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작가가 작품 제작비는 물론 항공료와 숙박료까지 고스란히 치뤄야 하는 형편이다.

브로슈어 제작 비용조차 없어 현지 교민들이 몇백 달러씩 모은 돈으로 겨우 만들었을 정도. "돈 구하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는 김수자씨는 "뽑아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줄 알라는 식으로 재정문제를 작가에게 떠넘기기보다 미협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본다" 며 "앞으로 상파울루에 나갈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꼭 개선되었으면 한다" 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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