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유례없는 불황에 맥빠진 상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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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추석 빔을 파는 요즘이 올 마지막 대목인데, 손님이 없어 올 겨울 어떻게 날지 벌써부터 고민이예요. "

동대문.남대문 등 재래 시장 상인들은 그나마 추석 대목을 기대하고 준비에는 나섰지만, 썰렁한 분위기로 맥이 빠진 모습이다.

추석을 열흘 남짓 앞둔 24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 주변. 늦 무더위가 꼬리를 감춘 며칠전부터 시장 골목골목마다 찾는 사람은 늘고 상인들의 호객 소리도 높아졌지만, 정작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아 고민하고 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괜찮다는 부르뎅등 주변 7개 아동복 상가들도 값을 물어보는 손님들만 서성일 뿐 매출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 포키아동복 상우회 허춘옥상무 (52) 는 "추석 대목인 요즘도 단골 손님을 잡은 일부 상점만 빼곤 상당수 가게들이 '개시' 도 못하는 형편" 이라고 안타까와 했다.

전날밤 지방 상인들을 싣고 상경한 전세버스가 모처럼 60여대를 넘어섰지만 승차인원이 지난해의 3분의 1수준인 10~15명 수준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예년 같으면 지방상인들을 상대로 한 '밤장사' 로 흥청거릴 새벽 1~2시 쯤엔, 그나마 있던 손님들마저 썰물처럼 빠져나가 금새 썰렁했졌다.

동대문시장 주변 흥인상가의 한 상인은 "지난해만 해도 그럭저럭 지방 손님들이 올라와 수지를 맞췄으나 요즘엔 소매 고객은 물론 도매 손님조차 옷 한두벌 사가는 정도" 라면서 "매상이 예년의 3분의1 수준" 이라고 말했다.

위축되기는 이번 주말부터 각종 추석 행사를 갖는 백화점.수퍼 체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도 마찬가지.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특판행사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수준인 60억원대" 라며 "올해 추석 매출은 전년보다 15%정도 뒷걸음칠 것" 이라고 우울해 했다.

이 때문에 단체.기업손님들을 상대로 추석 특판 장사를 그럭저럭 하고있는 현대.신세계등 일부를 빼곤 대다수 구매와 재고 부담으로 추석 선물 구매량을 아예 예년보다 최대 40%이상 줄여버렸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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