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 허무는 이색 벤처기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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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술.가구.양말.단추.팝콘…. ' 첨단기술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벤처기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상품들이다.

그러나 이런 평범한 상품들에 각종 신기술을 가미, 벤처기업으로 도약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국순당은 '무증자발효기법' 을 이용한 전통주 제조방법으로 최근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주류업계 최초로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무증자발효기법은 술을 빚기 위해 원료인 쌀을 찌지 않고 쌀가루로 만든 뒤 물을 넣어 발효시키는 기술. 이 방법을 사용할 경우 제조비용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가열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가열에 따른 각종 영양소 파괴를 막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는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첨단기술을 모방하기보다는 술 하나라도 똑부러지게 만드는게 바로 벤처기업" 이라고 말했다.

경남 김해시 고려식료는 대표적인 식품 벤처기업. 라면.과자류 등에 사용되는 조미.감미료를 만드는 이 회사는 53명의 직원중 19명을 연구원으로 둔 부설 연구소까지 설립, 기술에 승부를 걸고 있다.

벤처기업의 인증요건중 하나인 벤처창업투자사로부터 2억5천만원의 투자를 이끌어내 중기청으로부터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제인앤이의 생산품목은 '팝콘' .일반적인 팝콘이 아니라 캬라멜.치즈 등을 혼합한 10여가지의 다양한 팝콘이 이 회사의 자랑이다.

인천시 파로마가구는 가구업계 유일의 벤처기업. 31세의 허성판 사장이 이끌고 있는 이 회사은 가구회사로는 이례적으로 1개의 실용신안.4개의 의장권을 획득, 벤처기업으로 등록됐다.

사양산업의 대표격인 섬유산업에서조차 벤처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생산하는 양말제품의 80%가 의장권을 보유, 벤처기업 등록에 성공한 '인따르시아' 는 전세계 양말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대표적인 중소기업이다.

국제아르테미스는 단추 하나로 벤처기업이 된 기업. 이 회사는 기존 합성수지 단추로는 수익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 물소뼈와 야자껍질 등으로 단추를 만들기 시작했다.

특이한 만큼 반응도 좋아 최근엔 독일 등 유럽지역 바이어와 월30만달러 상당의 제품계약을 성공시키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중기청 송종호 벤처진흥과장은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게 벤처의 진정한 의미인 만큼 평범한 업종에서 벤처기업이 느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 이라고 말했다.

◇ 벤처기업 선정 기준 = ▶창업투자회사 등이 자본금의 5분의 1이상 투자 ▶연구개발비가 총매출액의 5%이상 ▶특허.실용실안으로 인한 매출 또는 정부가 선정한 사업의 매출이 전체의 50% 이상 되는 경우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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