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림 그리는 글로벌 리더로 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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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순천향대 인문영재교육원 학생들이 서울 경복궁을 관람했다. [순천향대 제공]

27일부터 사흘동안 색다른 ‘영재 캠프’가 열리고 있다. 충남의 초등·중학생 ‘인문영재’들이 2박3일간 역사·문학·예술 유적지를 둘러보고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행사명은 ‘선인의 창의적 자취를 찾아 떠나는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천안·아산 학생 63명 등 총 211명(중등 24명, 초등 187명)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유적 답사(아래 일정표)에서 여러 역사적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자신이 살았던 역사적 현실을 어떻게 느끼고 대처했을까.” 동행한 교사·교수들이 학생들이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보도록 돕는다. 단순한 역사 지식 습득에머물지 않고 학생들은 삶의 자세, 사회·국가·세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다듬게 된다.

이 캠프는 순천향대 인문영재교육원(원장 이신동 교수)이 주최하고 충남도교육청이 후원했다. 이 원장은 “인문영재 교육에선 수학·과학 영재 교육에선 좀처럼 얻을 수 없는 가치있는 덕목을 배우게 된다”며 “이번 역사문화 캠프는 학생들의 역사의식을 일깨워 종합적 사고를 길러주는 데 목적이 있으며 이런 사고를 통해 장차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온고지신의 세계로=캠프에선 역사 속에 나타난 ‘한국형 영재’들의 숨겨진 업적을 탐색한다. “우리의 영재들은 외국의 영재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 한국 상황에서 영재가 되는 데는 어떤 요소들이 필요했을까.” 이런 걸 캐는 데 주안점을 둔다. 우리의 역사적 영재로는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 미당 서정주 등이 등장한다. 곁들여 전주한옥·소쇄원·선운사 등 역사적 건축물, 조형물 등을 통해 선인들의 정신세계도 들여다 본다.

캠프 첫날 강사로 나선 김기승(한국사 전공) 순천향대 인문대학장은“지금까지의 역사 교육이 인물 이름과 사실 외우기였으나 캠프에선 역사 현장에서 직접 문제를 만들어 그것을 스스로 해결하고, 그 방안을 여러 사람에게 제시하도록 한다”며 “ 과거의 역사 인물과 현재의 학생이 만나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캠프의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캠프에 참여한 교사는 영재들의 문제해결 과정을 지켜보고 그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나서는 조력자에 머문다.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산파’ 역할에 충실, 학생들이 스스로 깨닫도록 자기 주도학습을 유도한다.

◆미래 해결 프로젝트=캠프 참가 학생들에겐 한달 전 각자의 미션이 주어졌다. 학생들은 자신이 탐구할 주제나 문제를 정한 후 관련 자료를 읽었다. 캠프에선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역사 현장을 확인하고 다른 학생들과 토론하게 된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로 만족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해 궁금증을 풀어가게 하기 위함이다.

학생들은 최종 프로젝트 보고서를 9월 중순까지 제출한다. 보고서 형태는 자유롭다. 시, 만화, 그림, 논문, 답사기, 보도기사 등 모든 창의적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 3명의 우수 학생을 선발해 충남도교육감 표창을 하고 모범사례로 보급하려 한다.

이신동 순천향대 인문영재교육원장은 “우리의 영재교육은 지금까지 수학, 과학에 집중돼 주로 연구실의 과학자 양성에 주력해 왔다”며 “그러나 진정한 영재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리더 즉 차세대 글로벌 리더를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러려면 인문학을 중심으로 하는 학문적 융합을 통해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이번 인문영재 학생 캠프는 역사에 대한 새로운 조명을 통해 국가적, 국제적 안목을 가진 리더를 양성하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충남 인문영재 ‘역사문화 캠프’ (7.27~29)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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