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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영화 '메리…' 를 벤치마킹하라' .할리우드의 많은 스튜디오들은 지난 7월17일 개봉돼 지금까지 1억3천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이 영화에 일제히 눈길이 쏠려있다.

'덤 앤 더머' '킹핀' 등의 영화를 제작했던 피터와 바비 패러리 형제의 코미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저속하고 황당무계한 코미디 쯤으로 여긴 작품의 성공이기에 더 그렇다.

개봉 첫 주엔 흥행순위 4위로 출발했으나, 개봉 6주째에 3위로 오르고, 7주째에 2위, 8주째에 1위를 차지한 '이변' 의 기록이 이 영화가 주는 충격을 입증한다.

2천5백만달러의 제작비 대비 수익으론 여름에 개봉된 영화들 중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출연진 스스로도 내용에 대해 '엉뚱한' '무모한' '미친' '점잖지 못한' '외설적인' 이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다.

미국의 평론가들이 좋은 점수를 주었을 리 없다.

'천박함' '저속함' 이란 단어로 점철된 평론을 내놓았고, '별로 웃기지도 않는다' 며 오히려 불쾌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피터와 바비 패러리 형제는 점잖은 것에 대한 배려는 애당초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그 선을 넘어서는 것을 강력한 무기로 내세운다.

주인공 테드 (벤 스틸러)가 고교시절 첫사랑 메리를 잊지 못해 그녀를 찾는 얘기는 나이 서른을 넘긴 성인들에겐 추억을 자극하는 스토리. 모든 남자들의 이상형이었던 메리로부터 졸업파티 파트너로 참석할 것을 제안받지만 파티에 가기 직전 그의 심볼이 지퍼에 끼이는 사고로 그녀와의 만남은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13년 후.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메리를 잊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 테드는 사립탐정 힐리를 고용해 마이애미에 사는 그녀를 찾는다.

하지만 메리를 찾은 사립탐정이 메리에게 반하고 만다.

테드에겐 그녀가 백십킬로그램의 거구로 변했으며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며 거짓말을 한다.

테드와 힐리의 사랑 쟁취 대결, 그리고 그밖의 남자들의 구애작전…. 평론가들은 외면했지만 관객들은 박장대소를 해버린 이 영화엔 '헤어젤 사건' 처럼 야하고 노골적인 장면들이 넘친다.

열등감을 가진 편에 선 이야기 전개가 정감있게 보이고, 상스럽지만 기발한 상상력이 애교스럽게 비춰진 때문일까. 연극에 나오는 코러스처럼 장면 중간중간에 나타나 70년대풍의 팝으로 스토리를 보충해주는 조나단 리치맨의 노래와 엔딩 타이틀의 코러스 장면도 웃음을 자아내는 대목.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에 출연해 벌써 팬들을 사로잡은 카메론 디아즈는 누구나 사랑에 빠뜨리는 메리의 역할에 모자라지 않다.

'청춘스케치' 를 통해 감독 데뷔한 벤 스틸러와 맷 딜런의 연기도 유치하지만 코믹하다.

천박함과 분방함의 차이는 뭘까. 그 경계를 조소하듯 넘나드는 것은 오만일까, 자신감일까. 실컷 웃고나서도 왠지 우려스러운 심정은 위선에 불과한 것일까. 26일 개봉.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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