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시]김선두 개인전 21일부터 동산방화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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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질경이.엉겅퀴.쑥부쟁이 - .산과 들에 나가면 지천으로 보이는 게 잡풀이다.

그렇지만 기억하는 이름은 불과 서넛. 뭉뚱그려 부르는 이름이 그냥 잡초다.

한국화가 김선두 (40) 씨는 얼마전부터 여기에 눈을 돌렸다.

이름은 없을망정 씩씩하기 그지없는 그 강인함에 이끌려서다.

꽃 한송이가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도 결국 잡풀 속에서 그 모습이 돋보인 때문이 아닌가.

그가 최근 작업을 모아 개인전을 연다.

21일부터 10월2일까지 동산방화랑에서 소개하는 작품은 20여점. 02 - 733 - 5877. 덤불 속 잡초를 하나 하나 끄집어내 각별한 애정의 시선을 보낸 작업들이다.

그러나 수없이 널려있는 잡초 위에는 쉽게 시선이 머물지 않는 법. 그래서 역원근법을 썼다.

모든 시선이 중심 한 곳에 모이는게 원근법이라면 역원근법은 시선이 닿을 곳마다 중심이 새로 만들어진다.

이른바 다중심, 다초점이다.

역원근법으로 그리면 낮은 산도 앞으로 바싹 다가와 펼쳐지게 되고 그 밑의 잡풀은 마치 하나하나가 세상의 중심처럼 우뚝 서있게 된다.

바람이 불면 풀들이 눕는다지만 김씨는 굳이 씩씩하게 서있는 모습으로 그렸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잡초 같은 우리들에게 그것은 그가 보내는 위로의 눈길처럼 여겨진다.

김씨는 84년 중앙미술대전 대상수상작가.

현재 중앙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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