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읽기 BOOK] 천재와 광기는 과연 동전의 양면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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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광기에 관한 잡학사전
미하엘 코르트
지음, 권세훈 옮김
을유문화사
571쪽, 1만5000원

천재의 기행(奇行)에 매료되는 이들이라면 ‘조 굴드’를 기억하라. 조셉 굴드(1889~1957). 그는 뉴욕 문화계의 기인이었다. 갈매기의 언어를 시로 옮길 수 있다고 떠벌렸으며, 명사들의 파티에서 음식을 새처럼 쪼아먹는 퍼포먼스를 펼쳐 ‘갈매기 박사’로 불렸다. 그가 쓰고 있다는 『우리 시대의 구전역사』라는 대작은 출간 전부터 문화계의 ‘전설’이 됐다. 이 ‘천재작가’는 수년 간 시골 술집에 처박혀 매일같이 이 대작의 원고를 공책에 빽빽하게 써내려 갔다. 그를 보려 관광객까지 몰려왔 다. 하지만 출판계약까지 한 대작은 나오지 않았다. 이 ‘천재작가’는 몇 십 년 간 똑같은 시(詩) 몇 편을 반복해서 공책에 적어 왔던 것.

천재의 광기나 기행 등 에피소드에만 집착하다 보면 조 굴드 같은 ‘짝퉁 천재’들의 사기극에 걸려 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기행과 광기, 추악한 인간성 속에서 진정한 ‘천재성’을 발굴해 내는 일도 당대와 후대의 책임이 아닐까. 책은 천재 작가·사상가 116명의 기행을 엮은 모음집이다. 다음은 책에 등장한 에피소드로 풀어보는 인물 퀴즈. 이들은 누구일까?

①19세기 독일 철학자. 라틴어를 6개월 만에 마스터한 천재. 베를린대에서 일부러 헤겔의 강의 시간에 맞춰 강좌를 내 수강생을 놓고 ‘맞짱’. 참패 뒤 교단을 떠남.

②18세기 프랑스 사상가. 하녀 출신의 부인과의 관계에서 낳은 다섯 아이를 고아원에 보냄. 대표작에서 “아버지의 의무를 다할 수 없는 사람은 아버지가 될 권리도 없다”고 변명.

③19세기 독일의 서정시인. 재정적 후원자였던 삼촌에게 꾸지람을 듣자 “당신에게 가장 멋진 일은 내 성(姓)을 쓴다는 것”이라고 응수. 죄 많은 인생의 끝에서 “하느님은 나를 용서할 거야. 그것이 그의 직업이거든”이라고 유언.  

배노필 기자

※정답=①아르투어 쇼펜하우어 ②장 자크 루소 ③하인리히 하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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