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철새'들의 낯뜨거운 復黨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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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없어진줄 알았던 국민신당이 15일 국고보조금 3억4천8백여만원을 받았다.

이틀후면 없어지지만 법률상으론 아직 정당의 흔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 지난달 28일 손을 흔들며 국민회의로 둥지를 옮겨갔던 6명의 의원도 잠시 국민신당으로 돌아왔다.

국민이 낸 세금이 어처구니없는 정치쇼를 위한 뒷돈이 된 것이다.

16일 국민신당 한 고위 관계자는 이런 모습이 스스로도 민망했던지 겸연쩍은 얼굴로 "책임있는 공당 (公黨) 이 빚을 남겨둘 수는 없지 않느냐" 고 했다.

하지만 국민신당이 빚가림만 한 게 아니다.

국민신당은 청산 과정에서 1억여원의 이익금을 챙기게 됐다.

국민신당은 이 돈을 사무처 직원 1백50여명에 대한 위로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민신당이 몇푼 남겨서가 아니라 이 일련의 과정은 정치권의 너무나 염치없는 행태를 확인해주기 때문에 아무래도 입맛이 씁쓸하다.

신당의 사무집기를 후한 값에 사들이기로 하는 등 국민신당을 거두느라 세심한 배려를 했던 국민회의 역시 이 대목에선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지난달 말 합당 직후 국민회의는 국민신당 의원 6명을 새 식구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들 6명을 다시 내보냈다.

아직 정식 입당하지는 않았지만 이들 의원이 국회 교섭단체상 국민회의 소속으로 돼있으면 정당 보조금을 받는데 지장이 있을까봐서였다.

의정활동에서 같은 뜻을 펼쳐나가는 울타리 역할을 하는 '교섭단체' 가 보조금 수령같은 잇속 챙기기를 위해선 언제고 드나들 수 있는 껍질로 변질된 것이다.

신당 의원 6명은 17일 당 해산 뒤 다시 국민회의로 들어간다.

국고보조금 부분도 그렇다.

국고보조금은 정당들이 검은 돈에 유혹받지 않도록 특별히 지급되는 돈이다.

한푼 한푼이 다 국민이 고생해 낸 세금이다.

그런데 국민은 보조금만 따먹고 이틀 뒤에 사라질 신세인 정당에 혈세를 모아준 셈이 됐다.

국민의 생활고엔 별 대책을 못내놓는 주제에 벌이는 정치권의 행각이 더욱 밉살스럽다.

이상렬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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