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딸땐 선글라스 착용…가시 눈에 들어가 봉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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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밤 따는 계절이 왔다.

'밤 따러 갈 때엔 선글라스를 준비하라' 는게 의사들의 조언. 밤을 따기 위해 밤나무 가지를 흔들거나 장대로 칠 때 밤송이가 떨어지며 가시에 눈이 찔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동료와 함께 밤을 따러 경기도 일산의 야산을 찾은 宣모 (38.금천구 시흥본동) 씨는 밤 가시에 눈이 찔리는 봉변을 당했다.

안경 등 보호장구 없이 위를 쳐다보며 밤나무를 발로 찬 것이 원인이었다.

병원으로 후송된 宣씨는 왼쪽 눈 흰 자위에서 3개, 눈동자에서 1개의 가시를 제거하는 응급수술을 받았다.

가시가 안구 깊숙이 박혀 각막뿐 아니라 수정체까지 손상받는 불운을 겪었다.

그는 결국 외상성백내장이 발생해 손상된 수정체를 들어내고 인공수정체를 집어넣는 인공수정체이식술까지 받아야했다.

宣씨의 수술을 집도한 건양대의대 안과 김태연 (金泰延) 교수는 "해마다 이맘때쯤 30여 명의 환자들이 밤 가시에 눈을 찔려 병원을 찾는다" 며 밤을 딸 때 각별히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밤 가시는 지름이 0.5㎜ 이하의 가느다란 가시이기 때문에 육안으로 수술하지 못하고 20배 이상 수술 시야를 확대하는 현미경 수술을 해야 한다.

깊이 박힌 경우는 파낸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제거가 쉽지 않다는 것.

일단 제거하더라도 외상성 백내장.홍채열상.포도막염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세균침입으로 인한 감염으로 각막염 등을 앓을 수 있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 가장 간편한 예방책은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 밤송이가 떨어지더라도 눈동자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 가시에 눈을 찔렸을 때 현장에서 억지로 가시를 꺼내려고 시도하는 것은 금물. 자칫 더욱 깊숙이 박힐 수 있는데다 가시를 꺼내는 과정에서 세균감염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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