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혼혈선수 ‘컬러풀’ 농구코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23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09 KBL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첫째 날 참가자들이 기량을 뽐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사진공동취재단]


요즘 한국 농구의 얼굴은 황인종이 아니다.

존스컵 국제농구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의 간판 스타로 활약하고 있는 김민수(27·SK)는 백인 혼혈이다. 존스컵에서 평균 17.7득점에 8.7리바운드를 잡고 있는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훌리안 페르난데스라는 이름으로 스무 살까지 살았다. 한국팀의 또 다른 이국적인 얼굴 이동준(29·오리온스)은 미국에서 왔고 아버지는 백인이다.

한국이 6월 동아시아선수권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하고 중동팀들이 득실거리는 존스컵에서 3승1패로 선전하고 있는 데는 이들의 역할이 컸다. 내년부터는 흑인 혼혈 선수가 한국의 간판 스타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청소년 대표를 지내고 지난 2월 귀화 혼혈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뽑힌 전태풍(29·KCC·미국명 토니 애킨스)이다. 이동준의 친형인 이승준(31·삼성·에릭 산드린)도 국가대표를 노리고 있다.

대표팀이 귀화 선수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국가대표팀에 귀화 선수를 1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김민수는 귀화가 아니라 국적을 회복한 경우여서 이 조항에 걸리지 않는다.

프로농구팀의 얼굴 색깔도 다양해졌다. 지난 시즌까지 각 팀들의 베스트 5는 한국선수 3명과 외국인 선수(주로 흑인) 2명이었다. 실질적으로 간판 선수는 외국인 선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KBL이 외국인 선수 출전을 1명으로 제한했고 귀화 혼혈 선수가 대거 들어와 한국 선수 3명+귀화 혼혈 선수 1명+외국인 선수 1명이 기본 구조가 될 전망이다.

실력을 검증받은 전태풍과 이승준 외에도 파워포워드인 문태영(LG·미국명 그렉 스티븐슨), 힘이 넘치는 가드 박태양(KT·크리스 밴), 원하준(KT&G·케빈 미첼)도 팀의 간판으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열린 귀화 혼혈 선수 드래프트에서 혼혈 선수를 못 뽑은 다른 팀들은 “못 뽑은 5개 팀이 합동으로 미국에 혼혈 선수를 찾으러 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KBL 전육 총재는 “국제 경쟁력 강화와 다양한 볼거리를 위해 혼혈 선수들이 더 들어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농구에 혼혈 선수는 김동광 KBL 이사, 김성욱(전 현대)씨 등이 있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