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교원평가제 법제화 더 미뤄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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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꼽으라면 누구나 막대한 사교육비 부담과 획일적인 학교 교육, 그리고 과도한 대학입시 경쟁을 든다. 이 문제는 학벌주의 및 서열화된 대학 구조가 한 몫을 하기는 하지만 결국 학교교육의 정상화로 해결하는 방법밖에는 없으며, 이러한 해법의 중심에 교원평가제가 자리한다. 교육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 구조에 있다고 할 때 수요자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의 열쇠도 교원평가제로 풀 수 있다.

오늘날의 우리 아이들은 21세기를 살아가야 한다. 창의적인 미래교육 과정으로 학습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성을 몸으로 터득하는 기능을 학교가 담당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오는 2020년께에는 학령인구가 대폭 줄어들어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현재의 3분의 2로 감소해 질적으로 선진화된 교육을 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로, 교원의 전문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교원평가제의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교육개혁에는 국경이 따로 없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호주, 나아가 한국과 행정·문화 환경이 비슷한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교원평가를 통한 능력 개발의 기회 부여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고 있다. 평가 결과를 평가영역별로 맞춤형 연수 프로그램으로 연계해 직무만족도를 높이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는 국회의 교원평가제 법제화 없이도 교원평가제도를 내년에 전국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꼭 이렇게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가 하는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현재도 전체 학교의 15%에 해당하는 1570개 시범학교에서 교원평가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들 선도 학교들처럼 모든 학교에 인센티브를 주어가며 전면 실시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시·도 교육청 평가라는 채찍과 개별 학교의 사업 선정이나 예산 지원, 교원평가제 참여 여부를 학교정보 공시목록에 포함시키는 것으로도 나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야에 따라, 그리고 정강정책에 따라 교육개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고 이에 근거해 처방이 달리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교원평가제도의 도입에 대해선 2000년 교직발전종합방안 수립 때부터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해 이제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회는 더 이상 교육개혁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인재의 수준이 결국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지식기반사회를 살아가는 데 공교육의 정상화가 필요조건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국회는 대승적 차원에서 문제를 푸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