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년의 미소' 경주문화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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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해학적인 얼굴에 은은히 번지는 미소. 비록 턱 부분은 날아갔지만 검은 수막새 기왓장에 담긴 한국인의 넉넉한 미소를 오늘 막을 올리는 경주문화엑스포의 주제로 삼은 것은 탁견 (卓見) 이다.

지난 신라 천년의 미소를 다가올 새 천년의 미소로 승화시키면서 전승과 융화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경주에서 열리는 문화엑스포를 단순히 한 지방단체의 일회적 축제행사로 보고 싶지 않다.

고도 (古都) 천년의 문화행사를 통해 전국적 일체감을 이루며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글자 그대로의 문화엑스포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

이제 문화행사는 단순한 볼거리 전시가 아니다.

문화가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맡는 시점에서 문화산업의 방향이 어떠해야 하나를 제시하는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한다.

이런 원칙과 방향제시 측면에서 볼 때 경주문화엑스포는 정제된 기획과 문화산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총평할 수 있다.

좁은 의미의 지역전통문화만 강조한 게 아니라 '세계문명관' 을 통해 세계 4대문명과 잉카.마야문명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세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전통문화의 전시에 그치지 않고 '새 천년의 미소관' 에선 백남준.육근병 등의 국내외 멀티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문화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백결공연장' 에선 인류화합 음악축제와 세계민속공연을 함께 보여준다.

전승문화와 첨단문화의 화합을 노리는 의도라고 본다.

이미 지난 몇해동안 광주비엔날레와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지역문화축제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하고 있다.

경주 또한 이번 엑스포를 계기로 또 하나의 성공을 거둔다면 이는 우리 문화의 세계화와 문화산업의 도약을 일구는 큰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를 위해 몇가지 부족한 점이 보완 (補完) 돼야 한다.

2년에 한번꼴로 엑스포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인프라시설을 더욱 보강해야 한다.

전시 건물이 날림식 인상을 주고 임시방편이어서는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전시 내용물이 지나치게 나열식이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수용해야 할 것이다.

고구려 고분벽화 전시로 신라문화 경도 (傾倒) 라는 비난을 벗어났다고 하지만 기왕 할 바에야 백제문화의 전시실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시간을 두고 고칠 부분은 고치고 보완할 분야는 과감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한다면 일회적 지역문화 축제가 아닌 세계적 문화엑스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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