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SMART 체제'로 국난극복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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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수가 침체되고 실업자가 1백65만명에 달하는 데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이때 정부와 국민이 할 일은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는 것이다.

세계경제의 침체와 경쟁국들의 잇따른 평가절하로 수출도 기대할 것이 못된다.

그렇다고 맹목적 경기부양책이나 고용정책은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만 심화시키고 불황을 장기화할 따름이다.

더욱이 국제통화기금 (IMF) 과의 합의사항으로 재정적자를 너무 많이 일으키기도 어렵거니와 조세수입도 감소해 대규모 토목사업을 마음대로 일으킬 수도 없다.

따라서 재원을 자체조달해 생산적으로 고용을 창출하는 해운 및 내륙 수운 (水運) 체계, 즉 SMART (Self-financing Marine And River Transport) 시스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반도국가지만 7세기께부터 왜구의 노략질을 피해 인구가 내륙으로 숨어들었으며 1259년 몽고에 정복된 후 해안도서지역에서 강제소개돼 바다를 등지고 살았기 때문에 국운이 쇠하게 됐다.

또한 일본도 전략상 한반도를 경부축 (京釜軸) 중심으로 개발한 결과 총물동량의 3분의2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외창구는 부산뿐이므로 국내 운임이 부산~LA 운임보다 비싸게 됐고 물류비는 경쟁상대국의 두배에 달하게 됐다.

따라서 우리가 국토를 더 생산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경기만 일대를 동북아의 거점항으로 만들고 기존 경부축에 서.남해안축을 추가해 서울~부산~목포를 잇는 델타형 국토개발축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현재 경부축에 집중돼 있는 인구중심을 해안쪽으로 이동시키고 한반도 전체를 동북아의 물류기지로 만들어야 지역대결로 인한 국력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 하천들을 준설정비해 운하로 만들고 해안선을 따라 전철과 항만 및 담수호를 건설하며 수심 20m이하의 해안을 매립해 약 32억평 (여의도의 4천배) 의 토지를 조성해 현시가의 절반가격에 분양해도 건설비용을 자체조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토의 가용면적을 34% 늘리게 된다.

경부고속전철은 선로가 거의 직선화.수평화돼야 하기 때문에 공사비가 일반노선의 세배 이상 들어가는 교량과 터널공사가 총구간의 73%나 되지만 이를 시속 2백㎞ 수준의 복복선 전철로 전환하면 공사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더구나 서.남해안을 따라 전철을 건설하면 교량과 터널이 거의 필요없으므로 경부고속전철 공사비의 3분의1로 건설할 수 있다.

따라서 경부고속전철 공사비보다 적은 예산으로 델타형 국토개발축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식자들은 환경보호차원에서 새만금사업을 비롯한 서해안간척을 반대하지만 서해는 매년 수백만t의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져 급속히 죽어가고 있다.

갯벌도 해류가 중국해안을 따라서 올라가 서해안을 따라서 내려오므로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됐다.

그러므로 간척사업은 오히려 바다에 버리던 쓰레기를 매립 자원화하고 해류의 흐름을 빠르게 해 오염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

또한 경기만 일대를 초대형 항만으로 만들면 수도권의 물류비를 반감시키고 중국의 환적 (換積) 물동량을 흡수함으로써 소득을 증대시킬 것이다.

특히 이것은 새로 건설되는 상하이 (上海) 항과의 경쟁에서 부산항보다 유리하며 중국과의 이해관계가 일치됨으로써 한반도의 정세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산항은 화중 (華中) 이북의 환적물동량을 취급하기에는 너무 멀고 배후지역이 협소해 지원시설을 제대로 갖추기 어렵고 건설비가 비싸다.

그러므로 상하이의 포동항이 건설되면 화주나 선주들은 부산항 이용을 기피하게 될 것이지만 광양항의 경우에서 보듯 정부도 어찌할 수 없다.

그러나 수도권의 자체물동량을 기반으로 경기만 일대에 거점항 (가칭 서울항) 을 건설하면 상하이보다 더 가깝고 배후지역이 광활해 주요선사들에 전용터미널을 건설케 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매립지의 분양수입으로 건설재원을 자체조달할 수 있다.

이 해운 및 내륙 수운체계와 간척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총 4백46조원의 건설비가 소요되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천골재와 매립부지의 판매로 비용을 자체조달하므로 국가재정에 부담을 안주고 침체된 경제를 부양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이것은 물류비와 지가를 절반으로 줄일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연 3억8천만명/일의 고용을 창출함으로써 국난을 극복하고 국운을 개척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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