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폭락] 미국정부·FRB 처방전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아시아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 (경기침체)가능성이 결국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까지 8, 000대 밑으로 끌어내리자 지구촌의 관심은 이제 미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 대응에 쏠리고 있다.

우선 월가의 주가 하락이 미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노웨스트 은행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월가의 주가가 15% 빠질 때 일반 투자가들의 자산 손실은 약 2조달러에 이른다. 이는 민간 소비를 약 2% (금액 기준 8백억달러) 가량 위축시킨다.

다우지수는 연중 최고치 (7월 17일) 보다 벌써 19%나 빠졌다. 미 경제 성장이 크게 둔화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그간 아시아 위기가 원자재.제품 수입가격을 인하시켜 미 경제에 인플레압력 완화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던 시각도 바뀌기 시작했다.

미제조업체협회 (NAM) 의 제리 재시노프스키 회장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국제 외환시장 안정과 전세계적 불황 방지를 위해 현재 5.5%인 FRB 기준금리가 상당 수준 인하돼야 한다.

금리인하가 단시일 안에 미국과 금융위기 지역의 경제성장을 유도하지 못한다면 연말 이전에 추가 인하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고 주장하고 나섰다.

체이스 맨해튼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존 립스키도 "경기 후퇴가 눈앞에 닥쳐 FRB가 빠르면 연말께 금리를 내릴 것" 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큰 변수는 섹스 스캔들에 빠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다.

클린턴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지지도를 버텨주던 것은 경기 호황이었으나 주가 폭락은 그같은 '안전판' 이 사라짐을 뜻한다.

따라서 주가폭락.경기후퇴에 대해 '조기 방어' 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그 수단은 역시 금리인하가 유력하다.

이는 미국이 인플레를 걱정해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세계경제를 위해 분명히 더 나은 시나리오다.

이 경우 남을 문제는 이리 저리 몰려 다니며 전세계 도처에 위기를 '전염' 시키고 있는 국제 핫머니들이 과연 어디로 옮겨 붙느냐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