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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슬라이딩 도어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비행기 추락이나 기차의 탈선 같은 대형참사를 다룬 기사의 한 귀퉁이에는 '어찌어찌 하다가 사고 비행기나 기차를 타지 않아 화를 모면한 운좋은 사람' 의 이야기가 감초처럼 실린다.

도시 문명은 초 (秒) 를 다툰다.

'슬라이딩 도어즈' 는 바로 간발의 차이로 지하철을 놓친 (또는 올라탄) 한 여성의 서로 다른 두 가지 앞날을 러브스토리 형식을 빌어 펼쳐나간, 영화로 쓴 '운명론' 이다.

홍보행사 직원인 헬렌 (기네스 팰트로) 은 출근과 동시에 해고를 당한다.

상사가 냉장고에 넣어 둔 맥주 캔을 허락없이 마셨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집으로 돌아오는 플랫폼. 첫번째 경우 - 중간에서 행인과 마주치지 않았다면 지하철을 타게 되고 애인 (존 린치) 이 바람을 피우는 현장을 발견하게 된다.

화가 난 그녀는 지하철에서 만난 제임스 (존 한나) 와 만나 달콤한 사랑에 빠진다.

두번째 경우 - 행인과 마주쳐 지하철을 놓친 뒤 택시를 타러 나왔다 노상에서 강도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간다.

그러나 '변덕' 은 운명의 본질이다.

더 나아보이던 첫번째 경우는 행복의 절정에서 파국을 맞고 두번째 경우는 '전화위복 (轉禍爲福)' 이 된다.

서로 다른 운명을 교차로 보여주는 편집술이나 도입부와 결말을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교묘하게 엮어놓은 이야기 구조가 정교하다.

5일 개봉.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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