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조, 찬성 95%로 민주노총 탈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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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 노동조합이 상급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탈퇴한다. 조합원 2만8000여 명의 이 회사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최대 규모의 기업 단위 노조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현대자동차 노조 등이 지부인 금속노동조합이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산별 노조다.

KT 노조는 17일 민주노총 탈퇴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해 95%의 압도적 찬성으로 탈퇴 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찬반투표엔 노조원의 95%가 참여했다. 이로써 KT 노조는 14년 만에 민주노총과 결별하게 됐다.

이날 KT데이터시스템 노조도 조합원 총회를 거쳐 민주노총을 탈퇴하기로 결의하는 등 KT 계열사들이 탈퇴 동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 노조는 개표 후 발표문에서 ‘새로운 전략과 비전의 노동운동을 바라는 조합원들의 결단을 겸허히 수용한다. 앞으로 갈등과 대립의 노사관계를 뛰어넘어 상생과 연대의 노동운동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일은 1995년 민주노총 출범 후 소속 노조의 자발적 탈퇴 사례로는 가장 큰 규모다. 이번 KT 노조의 탈퇴로 전체 조합원 수가 3만500여 명인 민주노총 산하 정보기술(IT)연맹은 그 기반이 크게 약화될 위기에 몰렸다.

KT 노조는 민주노총 탈퇴 결정에 따라 ‘중도개혁 노조’를 표방하며 향후 노동운동의 재정립 방향을 밝힐 예정이다. 이 회사 노조의 허진 교육선전실장은 “극단적 대립과 소모적 대결을 지양하고 조합원의 실익을 중시하는 조합 활동과 중도 개혁 노선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KT 노조 민주노총 탈퇴 투표 가결에 부쳐’라는 논평을 통해 "이번 투표의 배경에는 민주노총 흔들기 의도를 가진 일부 보수 세력의 개입 의혹이 커지고 있다. 조직적인 KT 불매 운동을 벌이는 한편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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