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 김민기씨 세번째 번안 뮤지컬 '의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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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김민기 (극간 학전 대표)가 세번째 번안 뮤지컬을 내놓는다.

한형제, 그것도 쌍둥이로 태어났으되 정반대의 운명에 놓인 두 젊은이의 비극을 다룬 '의형제' (번안.연출.편곡 김민기) .원작은 '리타 길들이기' '셜리 발렌타인' 으로 낯익은 영국 작가 윌리 러셀의 'Blood Brothers' 다.

전작인 '지하철1호선' 과 '모스키토' 가 각각 중국교포.입시교육 등 현재 진행형의 소재를 차용, 직설적인 풍자와 비유로 재미를 이끌어냈던데 비해 '의형제' 는 상대적으로 극적인 줄거리 자체의 감동이 차지하는 몫이 큰 것이 특색.

전혀 다른 신분과 환경에서 자라는 쌍둥이 형제의 운명은 만화로, TV드라마로 수없이 변주된 통속적 뼈대지만 '의형제' 는 여기에 전형적이되 상투적이지 않은 생생한 살을 붙여나간다.

원작자 윌리 러셀이 배경으로 삼았던 IMF구제금융하의 70년대 영국 리버풀의 계급갈등은 부산 피난시절에서 유신말기까지 이어지는 우리네 부자와 빈자의 갈등으로 옮겨진다.

그러나 이 갈등은 처절한 비극이기보다는 티없는 동심의 전쟁놀이 장면을 비롯, 그 시절을 지낸 세대들이 고개를 끄덕거릴법한 당시의 풍물을 자연스레 녹여내는 한 편의 재미난 드라마다.

이처럼 서사의 비중이 커진 것은 그동안 음악을 중심에 둔 장면구성을 손에 익혀온 학전으로서는 새로운 시도다.

나중에 창작뮤지컬을 내놓을 심산인 김민기대표는 "기왕이면 다양한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고 말한다.

내년 공연 예정인 브레히트 원작의 '마하고니시의 흥망성쇠' 에서는 현대음악을 써볼 참이고, 후년 공연예정인 미국 고전뮤지컬 '브리가둔 (Brigadoon)' 에서는 번안뮤지컬작업으로는 처음으로 국악을 가미한 전곡 창작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일환이다.

저항적인 노랫말의 내용 못지않게, 우리말의 호흡과 발성을 살려 노랫말을 입혀낸 솜씨로 높이 평가받는 그의 70년대 가요를 알고있는 이들에게 그는 "살아있는 말이 극대화된 것이 노래라면, 우리말을 정서적으로 극대화시킨 표현이 판소리" 란 생각을 들려준다.

'의형제' 역시 국내 뮤지컬무대에 흔치않은 노래와 노랫말의 하나된 호흡이 돋보인다.

"이 빚내서 저 빚갚고 오늘은 또 누가 얼마를 갚으라는 건가" (쌍둥이 형제 어머니 '간난' 의 노래) 번안 혹은 번역의 냄새를 느낄 수 없는 노랫말은 6인조 록밴드의 비트강한 반주에 맞춰 자연스레 풀려나간다.

9월1일부터 학전그린소극장. 02 - 763 - 8233.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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