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가 감자보다 혈당에 낫다고? 오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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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중년에 비만이다 싶으면 가장 먼저 주의해야 할 질환이 당뇨병이다. 당뇨병 치료에서 식사요법은 보조적인 수단이 아니다. 그 자체가 치료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다고 그다지 특별한 것도 아니다. 앞서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제시했던 식생활 원칙과 큰 차이는 없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그리고 지방을 균형 있게, 적당히 섭취하라는 것이다. 이미 당뇨병이 있는 사람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여러 가지 합병증을 초래해 병이 악화될 수 있다.

혈당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양소는 탄수화물(당질)이다. 단백질이나 지방도 많이 먹으면 체중이 증가돼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하지만, 탄수화물은 즉각적으로 혈당을 올리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은 식후 5분~3시간에 섭취량의 100%가 포도당으로 전환되는 반면, 단백질은 3~6시간 후 58%, 지방은 8시간 후 10% 정도가 포도당으로 바뀐다.

우리가 탄수화물을 주로 얻는 음식은 밥·빵·국수·떡·감자·고구마·옥수수·묵 등의 곡류와 과일이다. 이외에 설탕·꿀·시럽 등이 다량 첨가된 식품, 이를테면 과자·사탕·디저트·음료류에도 탄수화물이 많다. 당뇨병 환자에게 한 끼에 밥을 한 공기 이상 먹지 말고 단맛이 강한 음식은 되도록 피하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설탕 vs 꿀 vs 인공감미료

단맛을 내는 포도당·과당 등을 단순당(단당류)이라고 한다. 설탕은 단순당으로 이뤄진 대표적인 식품이다. 포도당과 과당이 일대일로 결합돼 있다가 몸속에 들어오면 분리·흡수된다. 흔히 꿀은 천연식품이고 당분 외에 건강에 유익하다고 알려진 성분들도 들어 있으므로 설탕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에겐 같은 단순당 식품일 뿐이다. 포도당과 과당이 하나의 결정체처럼 결합돼 있는 설탕과 달리 포도당과 과당이 분리된 채 그냥 섞여 있는 형태라는 점만 다르다. 너무 많이 사용하면 똑같이 혈당 조절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당뇨병 환자들이 음식의 단맛을 즐기고 싶다면 요즘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인공감미료들을 이용하는 게 낫다. 같은 양으로 설탕보다 수백 배의 단맛을 내는 아스파탐(180~200배)·아세설팜K(200배)·수크랄로즈(600배)·사카린(300~400배) 등의 성분으로 이뤄진 인공감미료는 열량을 거의 내지 않는다. 하지만 이때에도 감미료마다 안전량이나 혈당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용해야 한다. 이를테면 ‘그린스위트’ ‘화인스위트’ 등의 제품에 들어 있는 아스파탐은 열에 불안정하므로 고열로 가열하면 단맛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 따라서 초고추장이나 각종 소스 등에 주로 사용하거나, 조리에 쓸 때는 열처리가 다 끝난 뒤에 넣어 주면 효과적이다. 또 사카린은 뒷맛이 쓰고 안전 섭취량도 다른 감미료 성분보다 적다. 하루에 체중 1㎏당 5㎎ 미만, 그러니까 몸무게가 60㎏인 사람은 하루에 300㎎보다 적게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스파탐이나 수크랄로즈의 10분의 1, 아세설팜K의 3분의 1 정도다.

최근엔 과당에 대한 관심도 높다. 과당은 포도당에 비해 혈당을 빨리 올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동안 당뇨병 환자를 위한 대체 감미료로 제시됐다. 그러나 과당도 많이 섭취하면 체중 증가는 물론 혈액 내 중성지방 상승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시중에서 판매하거나 식품 제조에 이용하고 있는 액상과당이나 고과당 시럽이 과당으로만 구성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는 포도당이 50% 이상 함유된 것이 많다. 오히려 설탕보다 포도당 함량이 더 많은 셈이다. 따라서 꼼꼼히 따져 보고 이용해야 한다.

감자 vs 고구마

혈당지수(glycemic index)에 관심이 많은 당뇨병 환자를 종종 볼 수 있다. 혈당지수란 어떠한 음식이 더 많이 혈당을 올리는지를 상대적으로 비교해 놓은 것이다. 같은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해도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낮은 음식에 비해 식후 혈당이 더 많이 상승한다. 그러나 혈당지수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음식의 조리 방법, 가공 상태, 함께 먹는 다른 음식의 종류와 양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날것으로 먹을 때보다 익혀 먹을 때, 통째로 먹었을 때보다 잘게 자르거나 갈아 먹을 때 혈당지수가 높아진다.

또 음식의 종류에 따라 함유된 탄수화물의 함량이 다른 것도 단순히 혈당지수에만 의존하면 안 되는 이유다. 감자와 고구마가 대표적인 예다. 혈당지수가 감자는 90에 가깝고 고구마는 45 정도다. 혈당지수 수치만 볼 때에는 감자에 비해 고구마를 먹었을 때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그러나 고구마에는 같은 양의 감자에 비해 탄수화물이 1.3배 정도 많다. 같은 양의 고구마를 먹으면 탄수화물을 더 많이 섭취하게 돼 혈당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혈당지수 때문에 밥(흰 쌀밥이 70~90) 대신 고구마를 주식으로 먹는다는 당뇨병 환자들이 있는데, 이 경우 다른 반찬을 골고루 먹지 못해 전체적으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흰 쌀밥에 비해 잡곡밥이나 현미밥은 혈당지수가 낮고, 흰 식빵(70)에 비해 통밀빵이나 호밀빵이 혈당지수가 낮다. 같은 종류의 음식을 선택할 때 이를 참고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곡류 선택 시 쌀에 비해 찹쌀이, 메조에 비해 차조가, 메수수에 비해 차수수가 혈당지수가 높다는 점도 고려하자.

김은미 대한영양사협회 홍보위원 강북삼성병원 영양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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