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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으로 식혜 만들고 제빵기로 청국장 뚝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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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 보라매동에 사는 맞벌이 주부 김희진(39)씨는 아침마다 밥상 마련과 초등생 남매의 등교, 남편과 자신의 출근 준비로 전쟁이다. 전날 저녁에 아침 밥을 미리 마련해 놓지 않은 날이면 남편과 아이들에게 냉동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를 내놓기도 한다. 퇴근 후에도 제대로 된 저녁식사를 준비하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창 클 나이의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껴온 그는 최근 조리시간을 크게 줄인 한국음식 조리용 오븐을 구입했다. 김씨는 “그릴과 전자레인지·오븐을 사용할 때보다 조리시간이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 종전보다 식사 준비시간이 훨씬 넉넉해졌다”고 좋아했다.

한국의 전통음식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성이 원래 ‘빨리빨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오래 묵힌 ‘슬로푸드(Slow food)’가 많은 것이다. 서양에서도 근래 슬로푸드 붐이 일면서 한국음식이 새삼 주목을 끈다. 그에 비해 압축성장을 경험한 현대인의 생활 습성은 조급하다. 조리시간이 짧은 인스턴트 식품을 선호하게 만든다. 서로 모순되는 듯한 두 가지 문화 요소를 결합한 주방가전이 근래 인기다. 조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던 구이와 찜·영양밥 조리를 버튼 하나로 빨리 끝낼 수 있다.

LG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디오스 광파오븐 스팀’은 원적외선이 포함된 빛을 이용한 광파에다 스팀까지 활용하는 복합가열 방식을 채택했다. 예열할 필요가 없어 일반 전기오븐에 비해 조리 속도가 3배 정도 빠르다. 전기오븐으로 통닭을 구우면 예열시간을 포함해 62분 걸리던 조리시간이 25분으로 대폭 준다. 가스오븐에서 42분 걸리던 군고구마의 조리시간도 광파오븐에서는 21분으로 단축된다.

빵과 쿠키 등 주로 베이킹 용도로 쓰던 오븐에 구이·발효·스팀 기능을 보태 생선구이·해산물찜·단호박영양밥 등 한국인 입맛에 맞는 슬로푸드를 빠르고 손쉽게 조리할 수 있게 한 것. 만들기 번거로운 식혜와 요구르트도 5시간 발효만 거치면 맛볼 수 있다. 이 회사 박원영 차장은 “맞벌이 부부와 싱글족은 시간에 쫓기다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지기 쉽다. 슬로푸드가 주목받으면서 광파오븐처럼 시간과 건강을 두루 챙겨주는 주방가전이 인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하우젠 오븐 스팀에는 ‘한국형 요리’라는 버튼이 있다. 한국인이 자주 먹는 음식 40가지를 저장시켜 요리에 맞게 버튼만 누르면 원하는 음식을 간편하게 조리해 준다. 버튼을 돌려보면 고등어구이·김치찜·백설기편·호박영양밥 같은 메뉴가 나온다. 이 회사 최경혜 과장은 “음식 내 수분 손실을 줄이고 기름을 쓰지 않아 다이어트용 식단으로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굴비를 구울 경우 프라이팬보다 염분이 5% 정도 줄고, 감자튀김의 경우 튀김기를 쓸 때보다 칼로리가 절반으로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LG전자 웰빙스팀 전자레인지는 찜 요리에 편리하다. ‘증기(스팀)’를 열원으로 사용해 음식물 표면이 건조되는 현상을 없앴다. 조리실이 참숯으로 코팅돼 있어 음식 냄새가 배지 않는다. 누룽지와 숭늉을 단숨에 만드는 밥솥도 등장했다. 쿠쿠홈시스의 ‘IH전기압력밥솥’은 천연곱돌을 내부 소재로 써 구수한 가마솥 밥맛을 구현한다. 열전도율이 좋아 13분 쾌속 취사가 가능하다.

오성사가 만드는 제빵기에 콩을 넣고 발효시키면 청국장을 만들 수 있다. 잼 코스를 선택하면 1시간20분 만에 과일잼이 완성된다. 한식요리 전문가인 김외순씨는 “구이·찜·발효 기능이 부가된 한국형 조리가전이 등장해 손쉽고 빠르게 전통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전통식품의 대중적 확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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