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중소기업 위기 넘겼으니 구조조정으로 신뢰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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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소기업들이 하반기엔 다시 시련의 계절을 맞게 됐다. 금융당국과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퍼주기식’에서 ‘선별지원’으로 선회한 것도 중소기업엔 악재다.

금융감독원은 15일 중소기업들에 대한 1차 신용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은행장 입으로 발표케 하던 것을 이날은 김종창 원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달 여신 500억원 이상의 대기업에 대한 평가 결과도 금감원이 직접 발표했다. 기업 구조조정은 금감원이 주도권을 쥐고 추진한다는 것을 재확인한 셈이다. 기업과 채권은행의 자율, 시장친화적 절차 등 금감원이 한때 내세웠던 원칙은 일단 뒤로 밀려난 상태다.

금감원의 지침에 따라 은행들은 금융권 여신 규모가 50억~5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 861개를 대상으로 신용위험을 평가해 13%인 113곳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77개는 C등급(부실징후기업) 판정을 받아 향후 은행 주도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다. 또 D등급(부실기업)으로 평가된 36곳은 금융권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자력으로 회생하거나,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밟아야 할 입장이다. C, D등급을 솎아내는 과정에서 금감원은 일부 은행에 ‘적어도 몇 %는 골라내라’는 식의 수치목표를 부과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기업재무개선지원단 관계자는 “은행이 구조조정을 담당하더라도 감독당국이 일정한 기준을 만들어 독려해야만 한다”며 “발표 형식이나 구조조정 주체가 누구인지에 굳이 얽매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앞으론 여신 규모 50억원 미만의 업체에 대해서도 일정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평가에는 재무적 요인 이외에도 연체발생 건수 등 질적 변수도 고려하기로 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는 건 만기연장, 보증확대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종창 원장은 “금융위기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들이 흑자도산할 우려가 있었지만 지원 확대를 통해 위기는 넘겼다”며 “이제는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소기업의 대출보증 신청 건수는 3월 7만8000건에서 6월엔 5만4000건으로, 정책자금 신청 건수도 2월 1조6000억원에서 6월엔 7000억원으로 각각 줄어들었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어느 정도 해갈됐다는 것이다. 또 은행들의 수익성이 2분기에 크게 개선된 것도 기업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 근거가 됐다.

◆주택대출 규제 강화=김 원장은 이날 “주택가격이 계속 오를 경우 담보인정비율(LTV)을 더 낮추거나, 소득과 이자부담에 따라 대출이 결정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6일 수도권에 한해 LTV를 60%에서 50%로 강화한 이후 대출 증가 폭이 줄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 총량규제에 대해선 “은행에 대출을 줄이라고는 할 수 있지만 은행별로 대출 한도를 정해놓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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